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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네 수의사입니다②

부산의 한 동물병원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 28일 올라온 '좋은 동물병원, 좋은 보호자'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저는 평범한 동네 수의사입니다"로 시작하는 이글은 조영일 조앤박동물병원 원장이 썼다. 

 

조 원장은 수의사이자 보호자로서 동물병원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칼럼형식으로 3회에 걸쳐 가감없이 소개한다.

 

< 좋은 동물병원, 좋은 보호자 >

 

저는 평범한 동네 수의사입니다.

 

요즈음 뉴스나 SNS의 여러 글을 보면서 동물병원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풀고싶은 마음에 오늘 또 보호자의 마음아픈 사연을 보고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저도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그 아이들에게 치료도 수술도 하는 수의사이자 보호자로서 드리고 싶은 이야기 입니다.

 

4. 보호자의 다양한 결정에는 책임도 따릅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질병-진단-투약의 순으로 치료가 되는데 현실은 협소한 지식으로 저렴하게 치료가 되면 뿌듯하여 블로그나 인터넷에도 공유하고 공감하여 그것이 마치 '합리적으로' 동물을 키우는 보호자 같아 보입니다.

 

심지어는 사람병원에서 해당약을 본인의료보험을 적용하여 보험약가로 처방받아 강아지에게 투약한다고 자랑처럼 올라오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모든 업종이 어렵기에 해외배송대행, 약국도 동물관련 시장에 뛰어듭니다.

 

우리나라는 약국에서 심장사상충, 백신 등의 약품들도 자가치료 목적으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병원은 진료를 하는곳이고, 약국은 약을 파는 매약을 하는곳입니다.

 

심지어 약학대학에는 동물관련 수업도 전무한 수준입니다. 약사는 국가에서 면허를 내어준 약품에대한 전문가이고, 수의사는 동물질병에 대한 전문가입니다.

 

아마도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자식이 많이 아파서 인터넷을 보고 아이에게 약을 구입하여 먹인다거나, 약사에게 '증상'을 말하고 '처방'을 받거나, 예방접종 약을 사서 엉덩이나 팔에 주사를 맞히는 일은 없을겁니다.

 

진단하고 처방하는 약사님도 없을것이고, 사람에서는 그런 식으로 주사를 맞힌다면 아마 학대라고 하겠지요.

 

그런데 이런 행위는 유독 반려동물에게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고, 궁금해서 제가 직접 구입해 보니 약국에서 친절하게 주사법도 알려주더군요. 가끔 자가접종을 하고 오염이 되었는지 며칠 후 목뒤에 사과만한 고름이 가득차서 오는 경우도 있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한 보호자는 슈나우저 강아지 눈에 충혈이 심해서 안약을 6개월째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조금 낫더니 이제는 효과가 없는것 같다고 안약'만' 처방해 달라고 처음 내원하였습니다.

 

검안을 해보니 이미 말기의 녹내장으로 진행되어 시력이 상실되고 안구내의 수정체는 빠져 버렸고 염증 또한 심한 상황까지 진행되어 결국에는 대학동물병원에서 안구를 적출하였습니다.

 

(초기의 안내염을 방치하면 녹내장으로 진행될수도 있고, 안내염 또는 녹내장의 초기증상이 결막충혈과 비슷해서 진단도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더한 것은 이 보호자가 약국을 운영하시는 약사님이셨기에 더 속상했습니다.

 

사람아이라고 한번 상상해보세요.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소, 돼지같은 대동물과 관련된 문제로 자가진료가 허용되어 발생하는 폐혜는 거의 동물학대수준에 가까운 경우도 경험합니다. 간단한 세균성 외이염에 독한 살충제약 투여, 각종 민간요법....

 

5. 대부분의 수의사는 사명감을 가지고 양심적인 진료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과 대중매체, 과열된 경쟁 속에서 다른 수의사를 무책임하게 비난하는 독선적인 소수의 동물병원 때문에 한국의 동물병원의 이미지가 많이 나쁩니다.

 

저도 학생때는 이런 이미지를 접하며 막연하게 몰지각한 수의사가 많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서 환자들을 만나고 그들이 받았던 치료를 보면서 의료계의 이미지가 많이 왜곡되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다른 수의사가 치료한 환자를 그 수의사가 망가뜨렸다고 생각한 환자에게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같은 수의사라서가 아니라 정말 잘 치료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환자를 돈으로 생각하는 의사도 있겠지만 소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 꾸준히 배우고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각 지역에서 병원마감시간 부터 시작되어 자정까지 진행되는 야간세미나, 2박3일로 진행되는 학술컨퍼런스 같은 곳에서는 수많은 수의사들이 부모님과 자식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해야하는 시간을 버리고 환자들을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수의사는 수의사라는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단지 돈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공부한 진료의 원칙과 양심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3편 보러가기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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