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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 '미담이' 스토리, "고마운 반려동물"

지난 3월의 햇볕 쏟아지던 어느 하루 11살 래브라도 리트리버 미담이는 서울 서대문구 인왕중학교를 찾았다. 인왕중학교는 미담이의 지난 4년간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다.

 

"잘 지냈어? 미담아?" 인왕중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김경민 선생님이 미담이를 불렀다. 미담이는 김쌤을 향해 힘차게 뛰어 올라 마구 꼬리를 흔들어 댔다.

 

김경민 선생님은 생후 1개월 때 녹내장 판정을 받고 수십여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초등학교 때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서울맹학교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교육학과에 입학하면서 안내견학교를 찾았다.

 

여기서부터 지난해 11월 10살의 나이로 안내견 미담이가 은퇴할 때까지 8년여에 걸친 인연이 시작됐다. 미담이는 대학 4년 내내 김경민 쌤의 곁을 지켰고, 교사생활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개는 사람과 생활한 지가 1만년을 넘어가지만 안내견의 역사는 아주 짧다는게 정설이다. 동굴 벽화에도 안내견 비슷한 역할을 하는 개가 보이고 18, 19세기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훈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극히 제한적이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3년 독일 포츠담에 훈련센터가 세워진 것을 시작으로 본다. 1929년 미국에 씽아이(The Seeing Eye)라는 안내견 훈련센터가 세워졌고, 이후 1940년대 안내견들이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1957년 최초로 안내견 분양이 이뤄졌다. 산업 발달이 늦었던 우리나라는 매우 늦은 편에 속한다.

 

1972년 임안수 교수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 오면서 데려온 세퍼드 사라가 최초다. 1994년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리트리버 안내견 바다를 분양받으면서 국내에서도 안내견이 정착단계에 접어 들었고 현재 60여 마리가 현역에서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트펫 29일 서울 상암동에서 안내견 자원봉사단 주최로 세계안내견의날 행사가 열렸다. 

안내견은 사람을 안내하다보니 임신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 적합한 아빠개와 엄마개를 선발해 1년에 한번씩만 분만을 한다. 순하고 인내력이 강한 리트리버 종이 주로 쓰이는 것도 안내견의 역할을 수행해 내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태어난지 7주된 강아지들은 자원봉사자 가정에 1년간 위탁되며 여기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학교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지만 이 단계에서 탈락하는 안내견 후보생들도 꽤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도 적합 평가를 통과해야만 안내견으로서 자격을 갖추게 된다.

 

미담이처럼 통상 10살 즉, 사람 나이로 60∼70살 가량이 되면 은퇴를 하게 된다. 은퇴해도 같이 살면 좋겠지만 그렇지가 못하다. 사람은 계속 안내견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김경민 선생님은 그래서 새로 태양이를 맞아 들였다. 은퇴 안내견들은 봉사자 가정이나 안내견학교로 돌아오는데 미담이는 봉사자 가정에 입양됐다.

 

안내견은 사람과 생활하면서 갖은 고생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더더욱 감사한 존재다. 하지만 일부 사역견들이 그렇듯이 처음부터 안내견으로 길들여지다 보니 자신의 운명을 묵묵히 받아 들인다. 바깥에 나가서는 실수할까봐 신경이 곤두서 있지만 집에 가면 주인과 장난과 치고 하는 활달한 성품을 보여 준다. 그래도 은퇴하면서 주인과 이별해야 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다. 은퇴 훈련이 그래서 필요하다.

 

몇년 전 한 지하철에서 안내견에 의지한 시작장애인이 홀대를 받은 적이 있다. 이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안내견을 홀대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하네스에서부터 조끼 등 안내견임을 알 수 있도록 한 안내견은 어느 공공장소이든 들어갈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았으며 이는 법적으로도 보장된 권리다. 안내견을 차별하는 것은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요새는 사람들이 안내견을 알아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리트리버 종 자체가 원래 순하다보니 예쁘다고 기특하다고 쓰다듬어 주거나 먹을 것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금기 사항이다. 이는 안내견의 집중력을 떨어 뜨려 보호자를 해롭게 할 수 있다.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개가 색맹이다보니 신호등의 색깔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버스 승차시 번호를 구별할 수 없다. 이 때는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4월 마지막주 수요일인 29일은 세계 안내견의 날이었다. 서울 상암동에서는 안내견의 고마움을 기리는 작은 행사가 열렸다. 안내견을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기다보다는 고마운 반려동물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글에 언급된 안내견 미당이와 김경민 선생님에 관한 내용은 3월23일 삼성그룹 소셜미디어 삼성이야기에 실린 '다시 만난 안내견 미담이와 김쌤!'을 재구성한 것임을 밝혀 드립니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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