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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보호 엄마 찾아` 97일간 걸어간 美입양견..`엄마 품 해피엔딩`

이제 어엿한 견주가 된 세네카 크루거와 반려견 젤다. [출처: 미국 KARE11 지역방송 갈무리]
이제 어엿한 견주가 된 세네카 크루거와 반려견 젤다. [출처: 미국 KARE11 지역방송 갈무리]

 

[노트펫] 새 가족에게 입양된 임시보호견이 집을 나와 97일간 걸어서 임시보호자를 찾아갔다고 미국 KARE11 지역방송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결국 임시보호자는 그 개를 정식으로 입양했다.

 

6살 저먼 셰퍼드·래브라도 리트리버 믹스견 ‘젤다’는 97일간 미국 미네소타 주(州) 세인트폴 시(市) 집에서 거의 30마일(약 48㎞) 떨어진 챈허슨 시까지 걸어서, 임시보호자에게 돌아갔다. 올해 초 추위와 배고픔도 참으면서, 기억을 더듬어 임시보호자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지난 2월 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세 달에 걸친 여정이었다.

 

젤다는 혈통 좋은 개는 아니었지만, 뛰어난 방향감각을 가진 덕분에 정확하게 찾아갔다. 젤다를 찾아 헤맨 가족과 임시보호자는 젤다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실종되기 전 젤다의 모습.
실종되기 전 젤다의 모습.

 

젤다의 여행은 텍사스 주에서 시작했다. 젤다는 어두운 과거를 가진 개로,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텍사스 주 동물보호소가 수용한계에 다다르자, 젤다를 미네소타 주 ‘왝스 & 위스커’로 보냈다. 젤다는 이곳에서 임시로 엄마가 되어줄 세네카 크루거를 만났다.

 

능숙한 임시보호자인 크루거는 7개월간 젤다를 맡아서 돌봤다. 젤다는 두 달간 꼬리를 흔들지 않았고, 소리 내고 짖는 데 4개월이나 걸렸다. 그녀는 젤다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

 

그 덕분에 젤다는 많이 밝아져서, 지난 1월경 새 가족을 찾을 준비가 됐다. 그리고 그 달에 챈허슨 시에 사는 가족에게 입양됐다.

 

크루거는 “개 30~40마리를 임시보호하면서 벌어지는 일은 개들을 사랑하게 되면 떠나보내고, 다시 새로운 개를 맡는 것”이라며 “젤다의 경우에 입양을 보내고 사흘간 울었고, 마치 내 반려견을 잃은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젤다의 실종 전단지. [출처: 미국 KARE11 지역방송 갈무리]
젤다의 실종 전단지. [출처: 미국 KARE11 지역방송 갈무리]

 

그런데 젤다가 입양간지 열흘쯤 됐을 때, 크루거는 젤다가 없어졌다는 연락을 받고 젤다 찾기에 합류했다. 지난 2월 초의 사건이었다. 그녀는 “주 3회씩 4~5시간 정도 찾아다녔다”며 “기온이 30℉(-1℃) 밑이라 젤다가 걱정됐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에서 젤다를 봤다는 신고가 수십 건이 들어왔지만, 호수가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 젤다가 동사하지 않았을까 모두 노심초사했다. 크루거는 실종동물 수색 전문단체 ‘스타트 포 독스’에 도움을 청했다.

 

한 운전자가 젤다를 목격하고 사진을 찍어서 신고했다. [출처: 미국 KARE11 지역방송 갈무리]
한 운전자가 젤다를 목격하고 사진을 찍어서 신고했다. [출처: 미국 KARE11 지역방송 갈무리]

 

젤다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51일 만에 한 운전자가 미니애폴리스 시 ‘세인트 메리 묘지’ 옆을 걷는 셰퍼드 개의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스타트는 그 사진을 크루거에게 보여줬고, 크루거는 젤다가 맞다고 확인해줬다.

 

소셜 미디어 신고를 통해서 젤다가 미시시피 강을 건너서 세인트폴로 돌아가는 중이란 사실이 명백해졌다. 젤다를 찾기 직전에 크루거의 집에서 두 구역 떨어진 곳에 젤다를 봤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날씨는 풀렸지만 속은 더 타들어갔다. 크루거는 “나는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며 “밖에 나가서 한 시간 가량 찾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와서 젤다가 돌아왔는지 확인하고 다시 나가서 찾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거리에서 목격된 젤다(왼쪽)와 윌리스 부부 집 차고 앞에서 밥을 먹는 젤다(오른쪽). [출처: 미국 KARE11 지역방송 갈무리]

거리에서 목격된 젤다(왼쪽)와 윌리스 부부 집 차고 앞에서 밥을 먹는 젤다(오른쪽).

[출처: 미국 KARE11 지역방송 갈무리]

 

이달 초 크루거의 집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사는 윌리스 부부가 집 뒤에서 젤다를 발견했다. 젤다가 너무 마른데다 배고파 보여서, 수잔 윌리스는 “나는 바로 젤다에게 밥을 줬다”고 말했다.

 

윌리스 부부의 신고가 결정적 단서가 됐다. 스타트 포 독스는 윌리스 부부의 차고 앞에 케이지를 설치한 후, 케이지 안에 밥그릇을 넣어놓고 기다렸다. 배고픈 젤다는 다음날 다시 윌리스 부부의 집을 찾아왔다가, 케이지에 갇혔다.

 

크루거는 지난 12일 새벽 4시경 자다가 스타트 포 독스의 개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고, 확인하러 갔다. 케이지 안에 있던 젤다는 너무 마르고, 털색이 옅어져서 크루거는 처음에 젤다를 알아보지 못했다.

 

크루거가 확신하지 못해서 마이크로칩을 스캔해보니, 젤다가 맞았다! 오랜 노숙 탓에 젤다는 몰라보게 달라졌던 것이다. 크루거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터트렸다. 그녀는 “네가 날 찾았어”라며 “나도 결코 너를 찾는 것을 멈추지 않았어”라고 속삭였다.

 

결국 젤다의 가족은 젤다와 며칠 밖에 보내지 못하고 크루거에게 젤다를 보내주기로 했다. 크루거는 정식으로 젤다를 입양했다. 크루거는 “우리가 개를 고른다고 믿지만, 실상 개들이 우리를 선택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타트 포 독스는 다년간 실종동물을 찾은 경험 중에 젤다의 97일간 오디세이와 비교할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 단체는 젤다를 찾으려고 카버 카운티, 헤너핀 카운티, 램지 카운티 등 카운티 3곳을 돌아다니며 수소문 했다고 한다.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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