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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간 캉스독스] 사자가족 '프라이드'의 진짜 주인은 암사자

[노트펫] 개과동물들은 매우 사회적이다. 늑대, 리카온 무리를 보면 그들이 얼마나 완벽한 질서를 유지하면서 집단의 생존을 지켜가는 지 잘 알 수 있다.

 

덩치 큰 먹잇감을 사냥하거나, 다른 집단과의 충돌이 일어나면 그들 무리의 협동심은 큰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고양잇과동물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고양잇과동물들은 외롭게 생존한다. 혼자서 사냥하고, 새끼를 돌본다.

 

그런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백수(百獸)의 제왕이라는 사자는 다르다.

 

사자는 여느 개과동물 못지않게 사회적이다. 그들은 프라이드(pride)라고 부르는 무리를 이루고 생활한다.

 

작은 사자 왕국인 프라이드는 1~3 마리 정도의 수컷들을 정점으로, 암컷 3~10 정도와 그들이 낳고 기르고 있는 새끼들이 있다.

 

프라이드에서 수사자와 암사자의 역할은 정해져 있다. 암사자는 보통 사냥을 하여 프라이드에 대한 식량공급을 책임진다. 육아도 대게 암컷들의 몫이다.

 

경계 태세를 취하는 사자들. 시카고자연사박물관(The Field Museum)에서 촬영

 

수사자도 항상 놀고먹지는 않는다.

 

프라이드가 위기에 처하면 즉각 대응을 한다. 프라이드에서 가장 큰 위협은 다른 수사자 무리의 침입과 하이에나 같은 경쟁 동물들의 침공일 것이다.

 

이 외에도 덩치가 큰 물소나 새끼 코끼리 같은 큰 먹잇감을 사냥할 때도 종종 수사자가 나서기도 한다.

 

그런데 모든 수사자들이 프라이드에서 제왕 노릇을 하지는 않는다. 오로지 강한 수컷들만이 프라이드에서 살 수 있다. 일종의 벼슬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힘이 없는 늙은 수사자나, 아직 어려서 근력이 달리는 수사자, 애당초 힘이 강하지 않은 수컷들에게는 자신만의 프라이드가 주어지지 않는다.

 

프라이드의 제왕 자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오로지 힘으로 쟁취하고 그 힘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프라이드의 주인은 누구일까?

 

갈기가 멋진 수사자는 아니다. 수사자의 화려함은 순간의 찰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꽃의 아름다움은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권력은 십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는 말은 짧고 굵게 사는 프라이드의 수사자에게 딱 맞는 말이다.

 

수사자들의 재임 기간은 길지 않다. 프라이드의 왕좌를 위협하는 뛰어난 경쟁 상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사자들은 자신의 짧은 재임 기간 동안 가급적 많은 새끼들을 어른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게 수사자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하지만 암사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태어나서 자신의 프라이드에서 평생 벗어나지 않는다. 수사자가 바뀌어도 그 프라이드를 늘 지킨다. 수사자를 프라이드에 온 손님이라면, 프라이드의 실제 주인은 암사자인 것이다.

 

 

 시카고 링컨 파크 동물원(Chicago Lincoln Park Zoo) 사자 우리 입구​

 

수사자들의 운명은 어릴 때부터 거칠다. 수사자가 어느 정도 자라서 청소년기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프라이드에서 축출된다. 자신을 내쫓는 존재는 다름 아닌 아직은 어린 수사자의 아버지다.

 

어린 수사자에게는 매우 잔인하며,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아빠 사자의 행동은 사자라는 동물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매우 합리적인 조치다. 우선 프라이드의 주인 자리를 놓고 부자(父子)가 경쟁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지배자 수사자의 선제적 대응 때문에 사자 무리는 근친혼(近親婚)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왜냐하면 어린 수사자가 태어난 프라이드의 암사자 대부분은 추방당한 어린 수사자와 매우 가까운 혈연관계이기 때문이다.

 

무리를 떠난 젊은 수사자는 이후 자신만의 방랑을 시작한다. 어떤 수사자는 혼자 사냥을 하면서 근육을 키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또래 수사자들을 규합하여 강력한 전사 집단으로 세력을 키우는 것이 자신의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

 

그래야지 다른 수사자가 차지하고 있는 프라이드를 차지하고, 이를 지킬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는 수사자.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

 

암수 성체 사자 십여 마리와 그들의 어린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매일 상당한 양의 식량이 필요하다. 왕성한 사자들의 식욕을 채우기 위해 프라이드의 영토(territory)는 제법 커야 한다.

 

물론 땅만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프라이드의 영토에는 사자 먹이의 생존에 필수적인 풍부한 발굽동물, 신선한 물, 더위나 비를 피할 수 있는 쉴 곳이 있어야 한다.

 

시카고 링컨 파크 동물원의 야외 전시물에는 일부 프라이드의 경우, 서울 면적(605㎢)의 64.4% 수준에 해당하는 150 평방 마일(390㎢) 정도의 영토를 필요로 한다고 기록되어져 있다. 물론 이 정도는 상당히 큰 규모의 프라이드로 추정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늘어나는 인구 때문에 경작지와 목초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야생동물과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갈등구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큰 영토를 필요로 하는 사자 서식지를 보장하고 지켜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사자가 없는 생태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들다. 과잉 번식한 발굽동물들 때문에 초원은 메마르게 될 것이고, 황폐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후손들이 야생의 사자를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고, 그 사자들 덕분에 그곳의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선순환의 구조가 지속되어져야 할 것이다.

 

사람과 사자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솔로몬의 해법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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