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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고양이에게는 카메라 감지기가 달려 있다

투샷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자마자 내려가버리는 달이

 

[노트펫] 거실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쓰고 있었는데 아리가 발밑에서 갑자기 데구르르 몸을 한 바퀴 굴렸다. 발 네 개를 모두 하늘로 향한 채 일어나지도 않고 한참 몸을 뒤집고 있는 게 귀여워서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휴대폰을 쥐었다.

 

카메라 어플을 켜고 아리를 향해 드는 순간, 아리는 발딱 몸을 일으키고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피사체가 갑자기 자세를 바꾸는 바람에 나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며 멀뚱히 휴대폰을 내려놓아야 했다. '늘 이런 식이야' 하고 내심 한숨을 쉬며.

 

우리 집 고양이 세 마리는 특별히 친한 기색이 없다. 세 마리가 어쩜 성격이 그리 제각기 다른지. 제이는 가장 고양이스러운 새침떼기, 아리는 사람만 보면 달려드는 접대냥이, 달이는…… 그냥 무던한 곰돌이 같다. 그래서인지 세 마리가 옹기종기 사이좋게 노는 경우가 별로 없고, 우다다할 때 빼고는 서로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제이가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달이 곁으로 사뿐히 다가가더니 달이 얼굴을 그루밍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우연히 그 곁에 있던 나는 숨도 크게 안 쉬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도 고양이끼리 서로 그루밍해주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다니…….

 

한두 번 핥고 말거나 달이가 싫다고 일어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 상태가 꽤 오래 이어졌다. 제이는 달이 얼굴을 살살 핥아주고 달이는 눈을 감은 채로 얌전히 누워 있고. 이 정도면 찍을 수도 있겠다 싶어 조용히 휴대폰을 더듬어 들고 동영상을 켜니 역시나. 제이의 그루밍이 때맞추어 끝났다.

 

사실 바로 그 전날에도 반대의 상황이 한 번 있었다. 달이랑 제이가 침대 위에 누워 있는데 제이가 심기가 불편한지 꼬리를 파닥파닥 움직였다. 그러자 달이가 그걸 장난감처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가 기어이 제이 꼬리를 붙잡더니 갑자기 그루밍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서로를 그루밍하는 일이 정말 좀처럼 없기 때문에 나는 신기해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김없이 내가 카메라를 꺼내드는 순간 제이가 후다닥 일어나 도망을 가버렸다. 결국 내 카메라에 담긴 것은 제이 꼬리를 뺏기고 뻘쭘하게 앞발을 그루밍하는 달이의 모습뿐.

 

모처럼의 역사적인 순간을 모두 촬영하는 데 실패한 탓에 남편에게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니까’ 하고 전해주면서는 괜히 양치기 소년 같은 기분만 남았다.

 

가끔 고양이들을 보면 카메라를 감지하는 센서 같은 거라도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너무 예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가도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기만 하면 귀신 같이 알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걸 보면.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집사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결국 내가 쉽게 찍을 수 있는 건 세 고양이들의 잠든 사진뿐이다. 휴대폰에는 방석에서, 테이블에서, 숨숨집에서, 침대 위에서 자는 모습만 수십, 수백 장이 저장되어 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정말 특별히 더 귀여운 모습을 보는 것은 '랜선 집사' 아닌 '실제 집사'의 특권인지도 모른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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