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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곰의 습격을 막아주는 특수 쓰레기통이 있다

[노트펫] 곰은 예민한 후각을 가진 동물이다. 코가 좋다고 소문난 개도 곰의 상대가 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곰이라는 동물은 먹이를 코로 구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왕성한 식욕의 소유자 곰에게 사람의 음식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사람의 음식은 곰이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이보다 훨씬 강력하고 자극적인 냄새를 널리 풍긴다. 만약 곰이 이런 음식 냄새를 맡게 된다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 냄새의 근원지를 찾을 것이다.

 

대한민국보다 국토가 백 배 가까이 큰 미국에서도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 하지만 미국의 분리수거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흉내를 내는 수준에 그친다. 미국의 쓰레기 배출은 한국에 살다 온 사람이라면 매우 쉽게 느껴진다.

 

재활용이 안 되는 것들은 마트에서 파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면 된다. 재활용이 되는 재질의 쓰레기들은 종류를 불문하고 한 봉투에 담아 버린다. 한국처럼 알루미늄, 쇠, 유리, 플라스틱으로 구분하여 배출하지 않는다. 다만 종이는 박스 같은 곳에 담아서 따로 버린다.

 

음식쓰레기를 버리는 방법도 한국과 다르다. 보통은 먹다 남은 것들은 주방 싱크대에 설치된 분쇄기에 갈아서 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분쇄기를 상하게 할 수 있게 하는 딱딱한 음식쓰레기나 분쇄기에 엉겨 붙을 수 있는 접착력이 있는 쓰레기들은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반 쓰레기봉투에는 먹다 남은 음식들이 버려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곰이 서식하는 국립공원 곳곳에는 사진과 같이 곰을 경계할 것을 안내하는 간판들이 있다. 2018년 티톤 국립공원에서 촬영


곰의 입장에서 보면 쓰레기통 안의 음식쓰레기들은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공짜 노다지나 마찬가지다. 곰은 그런 노다지를 챙기기 위해 밤이 되면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한다.

 

곰의 출몰은 사람이나 곰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다. 곰이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고, 사람이 곰을 총으로 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곰이 출몰하는 지역에서는 곰을 막기 위해 곰이 도저히 열 수 없고, 냄새도 풍기지 않게 하는 특수 쓰레기통을 사용하기도 한다.

 

흑곰(Black Bear)과 그리즐리(Grizzly Bear)가 서식하는 티톤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에서는 곰의 습격으로부터 안전한 쓰레기통을 사용한다. 그 쓰레기통은 보통 쓰레기통과는 다르다. 쓰레기통의 뚜껑은 상당히 무겁고 견고하여, 사람의 손이 아닌 곰의 앞발로 열기가 힘들다. 또한 쓰레기통의 뚜껑만 잘 닫으면 음식 쓰레기 냄새가 밖으로 퍼져 나가지도 않는다.

 

티톤 국립공원에는 곰이 쓰레기를 뒤지지 못하도록 만든 특수 쓰레기통이 있다. 2018년 6월 촬영


이런 특수 쓰레기통을 사용하면 곰과 사람 모두에게 이득이 발생하게 된다.

 

곰에게 사람의 음식은 냄새가 좋고, 맛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식품 첨가물과 소금이 함유되어 있어서 결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곰의 식탁에 필요한 것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먹을 것들이다.

 

곰이 민가에 내려와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은 매우 나쁜 습관이 될 수도 있다. 자칫 곰이 야생에서 먹이를 구할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곰의 사냥 능력을 떨어뜨리게 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재능을 가진 축구 선수라도 훈련을 게을리 하거나 경기에서 뛰지 않는다면 기량 저하는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 입장에서도 곰을 민가에서 만나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 일이다. 야생의 곰들은 빠르고 덩치가 큰 위험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리즐리 박제, 2018년 6월 티톤 국립공원에서 촬영

 

미국 국립공원을 여행하다가 열기 어렵고, 무거운 쓰레기통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쓰레기통을 사용하면서 불평해서는 안 된다. 쓰레기통이 있는 그곳은 곰이 출몰하는 지역이고, 그 쓰레기통이 곰과의 불편한 조우를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쓰레기통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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