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추위가 맹위를 떨쳤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반구에 위치한 대부분의 나라들도 한파의 혹독함을 겪었거나,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내에선 공항이 마비되고, 도서지방은 고립됐다. 몇몇 나라의 특정지역은 도시기능마저 멈춰 섰다. 여기에 추위로 인한 인명사고도 속출했다.
재난에 가까운 추위가 아니더라도 겨울나기는 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숙제이고,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버겁고, 힘든 과정을 요구한다. 과연 동물들은 겨울나기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상당수 동물들은 ‘배려와 신뢰’를 통해 공존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때론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 인간도 그들에게서 혹한을 이겨 나가는 공존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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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공중파 방송사에서 ‘남극의 눈물’이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송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남극의 황제펭귄들이 혹한의 추위를 견뎌내는 과정을 담아냈다. 황제펭귄의 무리는 원형의 형태를 만든 뒤, 바깥쪽의 펭귄이 추위에 지칠 때쯤 안쪽의 펭귄과 자릴 바꾸는 행위를 반복하며 살인적 추위를 이겨낸다. 펭귄의 이 같은 행동을 허들링(Huddling)이라고 부른다. 영어로 허들은 사람이나 동물이 춥거나 두려워 몸을 옹그리는 모양새를 의미한다.
펭귄의 허들링은 생존을 위해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 동료를 믿어야 내가 산다는 공존의 법칙이기도 하다. 그들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을 오랜 생활 학습을 통해 몸에 새겨 넣은 것이다. 황제펭귄은 결코 나만 살자는 이기심으로는 모두가 죽는다는 것을 터득한 지혜로운 동물인 셈이다.
양들의 겨울나기도 황제펭귄과 유사하다. 양떼의 나라로 불리는 뉴질랜드에선 과거에 겨울이 오기 전에 양들의 털을 모두 깎아냈다고 한다. 왜 더운 여름에 깎지 않고, 겨울을 앞둔 시점에 깎았을까.
양들의 경우 털을 깎지 않고 겨울을 맞으면 그들은 자신의 털을 믿고 자만하다가 매서운 추위를 만나면 이겨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털을 깎인 양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며 추위를 극복한다고 한다. 이 역시 허들링이다. 목동의 역발상이 양들로 하여금 생존력을 강화시켜준 것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 가운데 유독 인간이 싫어하는 동물로 뱀이 꼽힌다. 그러나 냉온동물인 뱀들도 겨울나기를 위해선 서로 엉켜서 겨울잠을 잔다. 같은 종만이 아니라, 종이 달라도 함께 겨울을 난다고 한다. 그것도 적게는 몇 마리에서 많게는 수 천 마리가 함께 겨울잠을 사례도 보고됐다고 한다.
이처럼 동물들은 상대를 믿고, 뭉치며, 배려할 때, 혹독함을 이겨낼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몸소 실천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들은 슬기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다. 길냥이 문제를 놓고도 갑론을박인 세상을 보면 말이다.
만약 사람과 길냥이들이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 그 답을 길냥이에게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특정 동물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도 허들링이 필요하다.
허들링의 핵심은 마음가짐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결국 인간을, 세상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길냥이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동물들의 겨울나기 지혜인 허들링을 통해 우리는 겸손함과 배려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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