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불독(English Bull dog)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독특한 외모 때문에 웃음을 참기 어렵다. 뚱뚱한 몸매에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걸을 때면 가만히 앉아 있을 때보다 더 웃음을 참기 어려워진다.

특이한 외모의 소유자인 잉글리시 불독을 이용하여 개발한 견종들이 여럿 있다. 그 중 상당히 아름다운 외모를 한 개들도 있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고 표현하면 다른 개들이 좀 서운하겠지만, 영국의 이웃나라인 프랑스에서 개발한 프렌치 불독은 아름답고 귀여운 외모로 국내외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미국 보스턴에서 개발되어 보스턴테리어라고 불리는 견종도 잉글리시 불독의 혈통이 들어간 아름다운 개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견종은 애완견으로서 아무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외모가 뛰어나다.

프렌치 불독의 역사는 투견(鬪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론 이 귀엽고 작은 개가 투견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

1853년 당시 동물보호론자들과 애견가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법이 영국에서 제정되어 발효된다.

19세기라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그 법은 획기적인 발상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은 새로이 제정된 동물복지법을 통해 곰, 황소 등 덩치 큰 동물들과 투견들과의 싸움 시합인 '피를 흘리는 경기'(blood sports)를 법적으로 금지시킨다.

따라서 동물보호법 제정은 그 전까지 상당히 유용한 도박 수단이었던 불독을 일시에 실업상태에 빠뜨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불독이라는 개들은 새로운 일자리와 역할을 찾을 수밖에 없어지게 된다.

당시 영국의 일부 애견가들은 불독을 소형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는 투견으로서 가치를 잃은 불독을 애완견으로 용도변경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독을 소형화하기 위해 이용된 개는 작은 체구의 테리어들과 불독과 같은 찌그러진 얼굴을 가진 퍼그였다.

그런 과정을 거쳐 19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진 7~8 kg 내외의 소형 불독들은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대륙 국가들로 수출된다. 물론 귀여운 외모를 가진 소형 불독들은 대단한 인기를 끌게 된다.

프랑스로 건너간 영국의 소형 불독들은 현지에서 다시 다른 혈통의 소형견들과의 교배를 통해 거듭 개량되게 된다. 그런데 정작 이런 소형 불독은 그로부터 얼마 후 영국에서는 완전 자취를 감추고 만다.

만약 19세기 당시 소형 불독들이 프랑스로 건너가지 않았다면 지구상에는 소형 불독의 혈통이 완전히 단절되었을 수도 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게 된 개가 프렌치 불독(French Bull dog)이다.

역설적인 의미에서 살펴보면 영국의 동물보호법이 의도하지 않게 만든 개가 프렌치 불독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1853년 동물보호법 이후 바뀐 투견 시합 방식에 대해 간단히 보충 설명하면, 당시 영국에서 해당법이 제정되었다고 해서 바로 투견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기존에는 곰이나 황소 등과 개들이 싸우는 경기를 했다면, 법 제정 이후 도박꾼들은 손쉽고 경비가 저렴한 대안을 찾았다고 한다.

사나운 개끼리의 싸움이었다. 개와 개가 싸우는 투견 시합은 1835년 이후 방식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투견 시합은 구덩이에 개들을 넣고 서로 싸우게 하고 그 중 살아남는 개가 승자가 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모든 개들을 다 물어 죽이고 나서야 죽음의 구덩이에서 나올 수 있는 시합이었다.

즉 이런 투견시합은 잔인한 '데스 매치'(death match), '모탈 컴뱃(mortal combat)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