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로라야! 이제 다왔어. 너무 힘들었지~"하며 이동장을 열어 쓰다듬어 주려는 순간..
후다닥 냅다 도망 가 버리는 로라.. 꼬옥 안아주려 했는데 주인이고 뭐고 눈도 한 번 마주치지 않고 달아나는 우리 로라를 검역소 사람들과 겨우 붙잡아 진정시켰다.
발톱은 잔뜩 세우고 몸을 웅크려 바닥에서 떨어지려 하지도 않았다.
평소 하악질 한 번 안하고 참을성 많은 성격의 로라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김민정 |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찡한 이 상황이 우리집 냥이 로라가 일본 하네다공항에 첫 발을 내딛었던 그 순간이다.
두 시간 남짓했던, 그러나 어린 냥이에겐 생전 처음 경험한 비행기 굉음이며 흔들림에다... 화물칸 옆 동물 싣는 그 곳에서 혼자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미안하다, 로라~. 밖에 언니가 기다리니 어서 만나러 나가자~”
드디어, 먼저 도쿄에 와있던 언니와 상봉의 시간! 그래도 가장 잘 따르고 좋아하던 언니가 껴안아주니 겨우 조금 안심하는 눈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공항 로비 의자에 빙 둘러앉아 한참을 로라를 쓰담쓰담 해 주며 “참 잘했어요~. 너무 착해요~”라는 칭찬의 말을 모두 백 번 씩은 했던 것 같다.
이 이산가족 상봉보다 더 야단스러운 광경이 바로 해외동물반입.. 특히나 섬나라이기에 더더욱 까다롭다는 일본으로의 무려 '240일'에 걸친 반입 절차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로라와 온 가족이 모두 같은 날 출국을 못하고 나와 둘이서만 갔던 이유도 그 대륙용 메뉴얼보다 몇 배나 더 복잡한 섬나라용 메뉴얼 때문이었다. 사실 메뉴얼이 따로 있단 사실조차 몰랐었다.
일본,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의 섬나라는 동물반입이 가장 까다로운 광견병 청정지역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전염병이 있거나 한 외국의 동물은 철저하게 반입 금지라는 거였다.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공항의 계류장에 길게는 몇 개월씩 사랑하는 동물을 가둬 둬야 하는 수도 있다. 애완동물과 함께 일본으로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삿짐 싸는 것보다 더 서둘러 반입수속을 밟기 시작해야만 한다.
지금은 도쿄의 어여쁜 차도냥이 된 일곱살 암코양이 우리 로라. 일본에 데려가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만해도 이렇게 험난한 여정이 기다릴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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