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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여기서부터는 개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야생동물과 개를 철저하게 격리시키는 미국 공원

 

[노트펫] 개는 사람이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 간다. 경우에 따라 개는 주인을 따라서 배나 비행기를 타고 수백 km, 수천 km를 이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곳이 고향인 것처럼 정착한다. 사람이 방정식의 독립변수라면, 개는 독립변수에 종속되어 있는 종속변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들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에서는 개는 주인과 함께 여행을 즐긴다. 미국 호텔의 경우, 일정 수준의 보증금을 내면 개를 데리고 숙박을 할 수 있는 동물 우호적(pet friendly) 호텔들이 있다. 그래서 개를 데리고 여행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가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다보면 간혹 개가 출입해서는 안 되는 곳으로 가기도 한다. 야생동물들이 많이 서식하는 미국 공원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개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 있다. 특히 야생동물의 많은 산속의 경우, 진입로 곳곳에는 “여기서부터는 개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들이 설치되어져 있다.

 

옐로스톤에 설치된 개의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판. 2018년 6월 촬영

 

 

개가 국립공원의 숲속에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곳은 사람과 개를 위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곳의 주인은 당연히 야생동물들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비버연못산책로(Bever pond trail)가 있다. 이곳은 개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 이주민들이 북미 대륙에 진출하기 전, 엄청난 개체수의 비버가 존재했다.

 

하지만 비버의 전성기는 고급 가죽을 노린 사냥꾼들의 등장으로 막을 내린다. 사냥꾼들은 개를 이용하여 비버를 남획하였고, 그 개체 수는 급감하게 됐다.

 

물론 비버의 위기를 모두 사냥꾼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농경과 거주의 목적으로 비버의 서식지가 많이 파괴되었고, 비버가 만든 댐이 홍수를 일으킨다고 판단한 농부들이 포획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도 비버를 위험에 빠트렸다.

 

필자의 집 마당에 놀러온 비버. 2017년 10월 촬영


야생동물을 보면 추적하고 짖어대는 것은 개의 본능이다. 개는 사람과 살면서 그렇게 진화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의 이러한 습관을 고려한다면 야생 비버들의 서식지에 굳이 개를 데리고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개들이 비버를 추적하지는 않더라도, 시끄럽게 짖고 땅을 파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행동들이 비버의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행동들이다.

 

라호야 비치의 물개들. 2018년 5월 촬영

 

 

미국의 대표적 물개 서식지인 캘리포니아 라호야 비치(La Jolla beach)에서도 물개들이 활동하는 낮 시간에는 개를 데리고 해변을 출입해서는 안 된다. 물개들의 활동이 뜸해지는 야간이 되면 개의 출입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는 조건부 허용이다. 개들은 반드시 목줄을 한 상태여야 된다. 개에 대한 이러한 제한은 모두 야생동물들이 편안하게 살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는 것이다.

 

미국 국립공원에는 개의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판은 관광객 입장에서는 과도하다고 느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런 안내판들은 공원 당국 입장에서는 견주에게 개의 출입을 제한하는 장소를 충분히 알렸다는 물증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개로 인한 문제 발생 시, 그 책임은 견주에게 귀결 될 수 있다. 애견인이라면 상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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