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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생각보다 무서운 프레리도그

[노트펫] 미국 중부를 가로 지르는 거대한 온대초원인 프레리(prairie)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산다. 프레리는 동서 1,000km, 남북으로 2,000km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여 버팔로, 엘크 같은 거대 발굽동물들은 물론 이들을 먹고 사는 늑대, 푸마, 곰 같이 유명한 포식자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프레리에서 그들보다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고 유명한 동물은 작은 체구의 프레리도그(prairie dog)다. 귀여운 외모의 프레리도그는 미국에서도 인기 있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인기가 늘어나고 있다. 마치 햄스터를 키우는 것처럼 프레리도그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에서 만난 프레리도그. 2018년 7월 미니애폴리스 인근에서 촬영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프슨(Thomas Jefferson)은 여느 사람과 다른 원대한 야망이 있었다. 그의 야망은 신흥 독립국의 대통령으로 그치지 않았다. 대서양 13개 주에서 시작한 미연방을 태평양까지 확장시키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제퍼슨 대통령은 일종의 큰 그림(big picture)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메리워드 루이스 대위(Meriwether Lewis)와 윌리엄 클라크 중위(Wiliam Clark)에게 원정대를 조직하게 지시를 하고 태평양까지 탐험하고, 그 결과를 대통령인 자신에게 보고하게 하였다. 

 

40명의 원정대는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에서 배를 타고 미주리강을 따라 탐험에 나섰다. 출발 전 대통령은 원정대장인 루이스와 클라크에게 탐험을 하면서 보게 된 특이한 동물들을 돌아올 때 데리고 오라고 명령한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원정대는 신기한 동물들을 귀경 길에 데리고 오는 데 그 중에는 오늘날 프레리도그라는 불리는 동물도 포함되었다. 프레리도그는 원정대가 프레리를 탐험할 때 만난 동물로 외모는 큰 다람쥐 같지만, 개처럼 짖는다고 하여 프레리도그라고 명명한 동물이다.

 

후일 루이스와 클라크는 탐험의 공을 인정받아서 막대한 토지를 받고, 당시 준주 신분이었던 루이지애나와 미주리의 주지사로 각각 임명되어 활동한다. 물론 원정대원들도 적지 않은 토지를 받게 된다. 

 

프레리도그의 외모는 좀 큰 다람쥐 같다. 물론 혈연관계도 다람쥐와 가까워서 다람쥐과 프레리속에서 속한다. 프레리도그는 우리에게 친숙한 다람쥐보다는 땅다람쥐에 가까운 동물이다.

 

미국 땅다람쥐. 2017년 9월 미주리주 청사(제퍼슨시티 소재) 박물관에서 촬영

 

프레리도그는 다람쥐보다 체구가 훨씬 크다. 어른 수컷 기준으로 체중 1kg까지 자란다. 프레리도그는 기본적으로 우두머리 수컷 한 마리를 정점으로 암컷 3~5마리 정도가 자신들의 새끼를 키우면서 배타적인 가족 단위를 이룬다.

 

하나의 가족은 대게 새끼를 포함하여 20~30마리에 이를 정도로 적지 않다. 새끼들은 1년 반 정도 되면 성숙하고 수컷들은 자라면 무리를 떠나서 자신만의 가정을 이룬다. 프레리도그 거대 집단은 이런 가족 단위가 수십, 수백이 합쳐서 이룬 것으로 많은 것은 개체 수가 수천 마리에 이른다.

 

포식자들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프레리도그는 지상에서 살지 않고 지하에 굴을 파고 산다. 그래서 큰 무리의 프레리도그들이 사는 곳은 마치 거대한 지하 도시가 있는 것 같다.

 

프레리도그 우두머리 수컷의 임기는 종신제가 결코 아니다. 떠돌이 수컷이 자신의 왕국을 가지지 위해 다른 수컷의 자리를 넘보고 가로채기 때문이다. 다른 수컷과의 싸움에서 우두머리가 지면 쫓겨난다. 자비라는 것은 없다. 경쟁력이 없는 수컷은 무리에서 가차 없이 퇴출당한다. 프레리도그의 이런 습성은 사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프레리도그는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지만 결코 온순하지는 않다. 프레리도그는 기본적으로 초식이지만 곤충이나 작은 동물들도 기회가 되면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프레리도그의 발톱은 길고 날카로워서 사냥을 하거나 자기들끼리 영역 다툼할 때 요긴하게 사용된다.

 

프레리도그의 천적은 푸마, 늑대, 코요테 같은 포식자들과 매 같은 맹금류들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런 포식자들보다 프레리도그의 생존을 더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프레리도그 바로 본인들이다. 이해가 안 되는 얘기지만 진실이 그렇다.

 

토끼를 노리는 코요테(박제). 2018년 8월 휴스턴 페로 자연사 박물관에서 촬영

 

프레리도그는 미어캣과 마찬가지로 동료애가 뛰어난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상에서 무리가 먹이 활동을 할 때도 누군가는 반드시 공중과 땅을 열심히 경계하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그리고 위험이 감지되면 바로 짖어서 다른 가족들이 대피할 것을 알린다. 프레리도그의 이런 동료애는 확실한 진실이다.

 

프레리도그는 일 년에 한 번 5~6마리를 낳는다. 새끼들은 생후 5~6주가 되어야 비로소 굴에서 나와 지상에서 활동할 수 있다. 그런데 안전할 것 같은 굴속에서의 시기가 알고 보면 새끼들에게는 가장 위험한 시기다.

 

가족 구성원 중에서 어미 외의 다른 암컷들이 새끼를 낳은 어미가 잠시 굴을 비운 틈을 타서 침입하여 새끼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새끼라고 해도 대부분은 자신의 조카들이다. 그래서 프레리도그의 새끼 때 사망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물론 새끼들의 위험은 굴을 나와서도 계속 된다. 천적이라는 동물들이 호시탐탐 프레리도그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기만 되어도 동족으로부터 살해 위협은 피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파수꾼이 자신들의 뒤를 봐주게 된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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