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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간 캉스독스] 트로피를 위한 사자 사냥은 중단돼야!

[노트펫] 농경이 인류 문명의 보편적인 수단이 되기 전 사냥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사람들은 사냥을 통해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단백질과 지방을 얻었고, 부산물인 짐승의 가죽과 털로 추위를 극복하였다.  

 

하지만 농업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는 식량 대부분을 곡물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가축의 사육으로 인해 고기, 털, 가죽도 충분히 확보하게 된다.

 

사냥의 중요성은 갈수록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빈곤한 아프리카나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사냥을 통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형 사냥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원시인들의 멧돼지 사냥, 롯데월드민속박물관에서 촬영

 

현대의 사냥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생계형 사냥도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지역, 계절에 따라 일부 야생동물을 어쩔 수 없이 사냥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

 

슴이나 멧돼지와 같이 농사에 해를 주는 동물들이 과다 번식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 경우, 수확을 마치고 한정된 개체 수에 한해 허가증을 발급하고 사냥을 허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농사에 큰 해를 입히는 고라니나 멧돼지의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사냥을 한다. 만약 한국의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이런 사냥은 사실 필요가 없다.

 

사냥꾼 대신 호랑이, 표범, 늑대 등의 포식자가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포식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멸절되었다. 안타까운 사실이다.

 

하지만 순전히 일부 부유층을 위한 일종의 스포츠나 오락의 수단으로 사냥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프리카에서 횡행하는 트로피 사냥(trophy hunting)이다. 트로피 사냥의 경우, 농사에 해를 미치는 대형 초식동물을 잡는 것이 아니다.  

 

사슴 트로피. 미국 일부 대형 마트의 경우, 사냥총을 전시하고 판매도 한다.

 

트로피 사냥은 말 그대로 트로피를 만들기 위해 사냥을 하는 것이다. 야생의 자연에서 잘 사는 동물을 박제로 만들어 자신의 거실에 장식하기 위해 사냥을 한다. 박제 방식으로는 동물의 목을 잘라 벽면에 걸어 놓는 트로피가 가장 선호된다. 생각만 해도 잔인한 사냥이다.

 

일부 빈곤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돈을 내면 사자나 코끼리 같은 대형 동물을 대상으로 한 사냥을 허가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밀렵이 아닌 합법적인 사냥으로 인정된다.

 

거금을 사냥 당국에 지불한 사냥꾼들은 현지에서 숙박하며 몰이꾼과 짐꾼을 고용하고 사냥에 나선다. 이들은 사냥이 금지된 국립공원 밖으로 먹이 등으로 사냥감을 유인하여 사자 같은 대형 고양잇과동물들을 사냥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사자 사냥은 해당 국가에서는 일종의 산업이 되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몇 주 전 세계인들의 공분을 일으킨 짐바브웨의 숫사자 사냥의 경우도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한화로 환산하면 50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의 위력 앞에 멋진 야생 숫사자 한 마리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 사자의 아비도 똑같은 방법으로 2년 전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더 슬픈 것 같다.

 

세계 3대 자연사 박물관 중 하나인 시카고 자연사 박물관(The Field Museum)에서 촬영한 아프리카 사자 박제

 

미국, 중국, 유럽 등 각지에서 모인 사냥꾼들은 넘치는 허영심과 과시욕을 채우기 위해 장거리 비행을 하고, 막대한 경비를 들여 아프리카로 온다. 그들은 사자나 표범과 같은 동물들의 머리를 잘라 집에 트로피로 걸어두고, 가죽을 벗겨 카펫(carpet)으로 만들기 위해 사냥한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 자신의 용맹함을 과시하는 목적도 추가되고 있다. 자신의 한심한 사이버 친구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멋지고 귀한 숫사자를 죽이는 행동은 치졸하기 그지없다.

 

트로피 사냥을 허가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외국 부자들에게 사자를 죽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 정책임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보여주는 생태 관광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생태관광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자, 표범, 코끼리 같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형 동물들을 잘 보호하고, 수목도 잘 관리해야 한다.

 

수사자의 앞발은 이렇게 거대하다. 필자의 손과 비교해 본 사자의 발바닥. 시카고 링컨박물관에서 촬영


사자의 개체수가 충분할 경우, 그곳 초원은 잘 보전될 수밖에 없다. 사자는 대형 초식동물들이 초원의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자는 그들의 개체수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자가 역할을 잘 하면 초원은 푸르고 아름답다. 

 

만약 사자의 개체수가 턱 없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사자가 멸절되면 초원은 풀뿌리 하나도 남기 어려운 사막이 될 수 있다. 개체 수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발굽동물들은 과잉 번식할 것이며 그로 인해 푸른 초원은 누런 황토 바닥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는 늑대가 빠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었다. 사슴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늑대를 멸절시켰던 대가로 공원은 황폐화되고 만다. 대형 사슴들의 왕성한 식욕을 채우기에는 드넓은 공원의 풀과 나뭇잎도 모자랐기 때문이다.

 

결국 옐로스톤 공원 당국은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늑대를 모시고 온다. 다시 공원은 안정이 되고 푸름을 되찾게 되었다. 그만큼 육식동물이 차지하는 생태학적 가치는 크다.

 

극소수 트로피 사냥꾼만 행복하고 뿌듯한 사자 트로피 사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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