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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그랜드 캐년의 박제 푸마

[노트펫] 북미에는 한국의 자연에서는 보기 힘든 캐년(canyon)들을 많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캐년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으로 빙하기 자연이 만든 걸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 캐년은 요세미티(Yosemite), 옐로스톤(Yellow stone)과 함께 미국의 3대 국립공원으로 선정될 만큼 규모와 웅장함이 다른 캐년들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그랜드 캐년 데저트 뷰(desert view)에서 촬영한 협곡. 2018년 5월 촬영

 

그랜드 캐년은 물론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공원 안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균형을 이루면서 그곳을 터전삼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드 캐년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는 마운틴 라이언(mountain lion)으로 현지인들은 마운틴을 생략하고 간단히 라이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다. 참고로 마운틴 라이언은 한국에서는 스포츠 브랜드로도 잘 알려진 푸마(puma)다.

 

시카고 링컨 동물원에서 만난 푸마. 2017년 7월 촬영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은 높은 고지에 있다. 그리고 면적도 광활하여 관람자가 도보로 구경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차량으로 이동하다가, 주요 관람지점(view point)이 나오면 주차를 하고 경관을 즐긴다.

 

여름 성수기가 되면 많은 차량들이 그랜드 캐년의 좁은 산길을 타고 이동한다. 공원 당국에서는 로드 킬(road kill)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를 없애기 위해 시속 20마일 내외의 규정 속도를 정하고 관리한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는 규정을 만들고 지키라고 하면 꼭 어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생긴 피해는 원인 제공자인 사람이 아닌 야생동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사람들은 그저 파손된 차량을 자신의 자동차보험으로 충당하면 그만이다. 잘못은 사람이 저지르고 피해는 그곳에서 사는 야생동물들이 져야 하는 구조는 모순 그 자체다.

 

미국 국립공원에는 예외 없이 기념품을 파는 기프트 숍이 있다. 그런데 그랜드 캐년 기프트 숍에 가면 뜻밖의 전시물이 하나 있다. 푸마가 박제가 되어 유리상자에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푸마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푸마는 늙어서 죽거나 병사한 것이 아니라 공원의 공원 관람자가 운전한 과속차량에게 치어 죽었다. 평화롭게 살던 푸마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고 죽은 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공원 당국에서는 로드 킬된 푸마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고, 박제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기프트 숍에 전시했다. 푸마는 비록 자신은 과속 차량에 억울한 죽음을 당했지만, 다른 야생동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미 있는 헌신을 죽어서 하고 있는 셈이다.

 

과속 차량에 치어 숨진 푸마. 2018년 5월 그랜드 캐년 기프트 숍에서 촬영

 

멋진 자연 경관을 즐기기 위해 매년 많은 사람들이 국립공원을 찾는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그곳의 주인은 놀러온 사람이 아닌 야생동물임을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면 박제로 만들어진 푸마처럼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야생동물들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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