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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퍽퍽..크아아앙!' 자매가 된 두 고양이의 투닥질

둘째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 첫째 고양이의 성격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예측은 할 수 있겠지만, 막상 들이기 전까지 두 고양이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는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사교성 제로에 외동이 딱 적성에 맞는 첫째를 키우고 있다면 애초에 둘째를 들이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새로운 동물을 입양하는 것이 기존의 동물에게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큰 스트레스 요인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첫째 고양이 제이를 키우면서 언젠가는 둘째를 키워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제이 성격이 소심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집에 온 낯선 손님들에게도 선뜻 다가가는 편이었고, 시시때때로 집사를 사냥하러 달려드는 통에 적어도 고양이끼리 있으면 같이 우다다라도 하겠지, 하는 생각도 내심 있었다.

 

 

원래는 첫째가 성묘가 되어 있을 때 성별이 다른 아기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이 적응하는 데 가장 좋다고 한다.

 

하지만 자녀 계획이 꼭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우리 집은 제이가 아직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캣초딩일 때 이미 새끼까지 낳은 성묘인 아리를 입양하게 되었다.

 

그래도 순서는 어찌되었든 한쪽이 성묘고 한쪽이 아기고양이니까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일말의 기대를 해보았다. 물론 고양이들이 호락호락 집사의 예측을 따라주지는 않는다.

 

사실 첫 만남은 오히려 수월한 듯했다. 딱 한 번 제이가 하악질을 하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으르렁거리거나 하악질을 하는 등 공격적인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한편 아리는 제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데면데면하게 굴었다. 아리는 길 생활을 할 때부터 다른 고양이들에게 자기 영역을 기선제압 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았는데, 집에 오니 넓은 아량으로 제이를 받아주었고(...) 제이는 자꾸 아리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나이로 보나 덩치로 보나 제이는 아리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제이는 아직 작은 코숏인 데 비해 아리는 스코티시 스트레이트로 기본 골격 자체가 컸다.

 

아리는 제이가 자꾸 귀찮게 하고 시비를 걸면 짜증을 내고 다른 데로 가버렸다. 하지만 제이가 점점 자라다 보니 상황이 좀 달라졌다. 시비를 거는 건 여전히 제이 쪽이었는데, 이제 대충 체급이 맞는지 싸움다운 싸움이 시작되었다.

 

둘이 붙어서 투닥투닥, 말이 예뻐서 투닥투닥이지 사실은 ‘퍽퍽! 크아아앙!’ 하는 느낌의 격렬한 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럴 때 집사가 몸으로 끼어들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웬만하면 아예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너무 격렬해지는 것 같을 때는 장난감 같은 것으로 주의를 돌리며 싸움을 말리기도 했다.

 

고양이 싸움은 대부분 솜방망이질이라니 다행히 진짜로 누가 다치는 일은 없었지만, 두 마리를 한 가족으로 만든 주범으로서 그들의 싸움에는 나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둘이 친하게 지내주면 오죽 좋을까만은, 한 마리는 한국 순 토종이고 한 마리는 외국 출신이라 둘이 말이 안 통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신랑과 나누기도 했다.

 

두 마리가 서로 부둥켜안고 잠이 들거나 서로 그루밍해주는 사랑스러운 모습이 연출되었다면 여러 번 심쿵했을 집사의 심장 건강을 위해서인지, 집에서 그런 모습을 보는 일은 아쉽게도 거의 없었다.

 

주변을 보면 성별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첫째와 둘째가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어 있는 경우도 종종 있던데, 가끔 부럽기는 하지만 이 또한 우리 집의 일상이 되었다. 자매끼리도 싸울 때도 있고, 성격이 안 맞는 사이도 있고, 그런 것일 테지.

 

 

그래도 잘 때는 한 침대 위에 같이 올라와 나름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에서 잠들고, 잠결에 뒤척이다가 서로 발을 베거나 등을 맞대게 될 때면 나는 몰래 흐뭇하다.

 

한밤중에 두 마리가 뜬금없이 우다다하고 뛰어다닐 땐 그래도 심심하진 않겠다, 생각하며 일상의 냄새가 진득한 하루를 마무리하곤 한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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