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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털과의 공생, 어쩔 수 없는 일

 

얼마 전에 독립해 자취를 시작한 친한 동생은 이제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이 동물을 워낙 싫어하셔서 지금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예전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던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동생은 종종 우리 집에 놀러와 내 고양이들과 놀며 대리만족을 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독립을 하고 나니 이번에는 사귀고 있는 애인의 반대에 부딪쳤다. 결혼할 수도 있는데, 차라리 개를 키우면 몰라도 고양이는 싫다는 것이 애인의 입장이었다.

 

사실 내 남편도 나와 연애 초기에는 고양이를 접해본 적도 없고 낯설고 무섭다고 했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의 남편은 나만큼 고양이를 예뻐하는 어엿한(?) 집사가 되어 있다. 나는 ‘실제로 고양이를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일단 가까이서 고양이를 접해보기를 추천했다.

 

그래서 하루는 동생이 애인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고양이 견학을 왔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워낙 낯을 안 가리고 손님 무릎을 밟고 지나다니는 성격이라 고양이 입문 과정으로는 조금 무서워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면 귀여움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고양이를 아직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고양이가 자신을 물거나 할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동생의 애인은 예전의 내 남편과 마찬가지로, 고양이가 공격적인 동물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얌전하다며 신기해했다.

 

다 같이 거실에서 케이크를 먹고 맥주를 마시는 동안, 우리 집 제이와 아리는 각자 편안한 곳에 자리를 잡고 스르르 잠이 들거나, 가끔 옆에 다가와 케이크를 노리고 손을 뻗거나 했다.

 

처음부터 당장 고양이가 예뻐 보일 수는 없겠지만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지, 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견학이었는데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

 

동생의 애인은 견학 후기를 이렇게 밝혔다. ‘그 집에서 털 뭉텅이가 날아가는 것을 봤다.’

 

…그 문제라면 사실, 맞다. 고양이를 키울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털’이다. 나는 강아지도 15년을 키웠는데 소형견이라 그런지 털 빠짐이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고양이는 단모종이어도 차원이 다르게 털이 빠진다.

 

나처럼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든 얼룩이 있든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 성격이면 몰라도, 내 신랑처럼 까끌까끌하게 먼지가 밟히는 바닥에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이라면 고양이털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우리 집은 항상 어딘가에 털이 붙어 있고 심할 땐 털이 뭉텅이로 눈에 보이게 굴러갈 때도 있다. 코숏 제이도 털이 빠지지만, 스코티시 스트레이트 종인 아리의 회색 털이 압도적으로 많이 빠지다 보니 제이의 갈색 털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털갈이 시기에는 아리의 등을 한 번 쓰다듬으면 손에 한웅큼 털이 붙어 나올 정도. 신랑은 자신의 옷만은 지키고 싶다며 옷장 문을 꼭 닫아두는데, 어쩐 일인지 옷장 안에 잘 걸려 있던 옷에서도 아리의 털이 발견된다.

 

털과의 전쟁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빗질을 해서 털이 방 안 어딘가에 빠져 굴러다니기 전에 미리 제거해주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자주 빗질을 해도 고양이털 없는 완벽 청정한 공간을 만들기는 어렵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게끔 적당히 무던해지고, 조금 더 부지런하게 청소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 동생이 결국 고양이의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를 애인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그건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무작정 키우기 시작하는 것보다는, 고양이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미리 고민하고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면 적어도 키우다가 ‘털 때문에 안 되겠다’며 고양이를 내다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집도 자고 일어나면 어쩐지 입 안에 고양이털이 있고, 옷에 붙은 털은 웬만하면 떼지도 않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는 이유를 집사들은 공감할 것이다. 그 부드러운 털 뭉치를 쓰다듬는 촉감이 또 굉장한 행복이기 때문에.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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