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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그 친척들] 개, 고양이, 사람의 삼각동맹

[노트펫] 1970년대만 해도 공동주택은 한국의 주거 형태에서 주류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여전히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아직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였다. 아직은 못살던 시절 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두 부류의 침입자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면서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했다.

 

한 부류는 밤이 되면 주인 몰래 담벼락을 넘는 덩치 큰 침입자였다. 밤손님은 손에 무엇을 들고 있느냐에 따라 때론 강도가 되기도 했고, 때론 좀도둑이 되기도 했다.

 

가족의 안전을 위해 필자의 집에서는 마당에 경비견을 키웠다. 진돗개, 독일 셰퍼드(German Shepherd), 스피츠(Spitz) 같은 개들을 항상 물샐틈없이 집을 지켰다. 그래서 도둑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개를 키워도 도둑의 침입 욕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외침 시도는 늘 있었기 때문이다. 도둑이 밤에 담을 넘어왔다가 마당에서 맹렬하게 짖는 개들에 쫓겨 다시 담을 넘어 도망치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노트펫
필자의 지인이 키우는 스피츠

 

 

개를 키워 비교적 안전했던 필자의 집과는 달리 개를 키우지 않는 집은 수시로 도둑질을 당하기도 했다. 아침만 되면 “누구네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체구가 한 주먹에 불과한 치와와(Chihuahua)를 경비견으로 키우는 이웃도 있었다. 체중 1kg 내외의 실내견이 어찌 도둑을 막겠냐는 생각이 들어 어린 마음에 그 분에게 치와와를 키우는 이유에 대해 물어 본 적이 있었다. 아래와 같은 이웃의 대답을 통해 치와와가 얼마나 영민한 성격의 소유자인지 알 수 있었다.

 

“치와와는 성격이 예민하다. 그래서 한 밤 중에 마당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더라도 달려와서 주인을 깨운다. 주인이 안 일어나면 얼굴을 핥아서라도 깨운다. 치와와는 도둑을 직접 밖으로 내보내는 너희 집 개들과 달리 주인을 깨워 도둑을 쫓는 것이다.”

 

또 다른 침입자는 도둑이 아닌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쥐였다. 쥐는 건물의 목조를 갉아대고, 식량을 축내며, 병을 옮기는 역할을 했다. 이런 체구 작은 동물의 침입은 역시 체구 작은 동물이 대응하는 게 맞다.

 

쥐의 천적은 두 말 할 것 없는 고양이다. 요크셔 테리어(Yorkshire terrier)를 키울 때 그 동물의 놀라운 구서(驅鼠) 능력에 감탄한 적이 있지만 그래도 고양이가 요크셔 테리어보다는 구서 부분에서는 능력이 낫다.

 

1970년대 당시 단독주택에서 두 부류의 침입자로부터 안전한 생활을 누리려면 각각의 공격에 대한 고유한 방어책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개가 하는 일과 고양이가 하는 일은 서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의 사이를 흔히 견묘지간(犬猫之間)이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상 두 동물은 서로 그렇게 옥신각신하거나 다투지 않았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하면서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았다. 마치 소가 닭을 보는 정도의 관심만 두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필자의 어린 시절은 사람이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고 한 편에는 개가, 다른 한 편에는 고양이가 집의 안전을 지키는 삼각동맹이 존재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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