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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빠루] 쥐, 새, 메뚜기...고양이가 매일 가져온 선물들

[나비와빠루] 제 9부 나비의 전리품은 과시일까, 선물일까, 밥값일까?

 

 

[노트펫] 고양이 나비는 성체로 자라면서 어린 아이 눈에는 특이하게 보이는 행동을 했다. 하지만 나비의 그런 행동은 고양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고양이의 일상 속 풍경이었다.

 

나비는 아침을 먹고 외출을 하면 최소 몇 시간 후에 귀가를 했다. 그런데 항상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고 항상 뭔가를 챙겨서 왔다. 전장에서 승리한 후 당당하게 개선하는 군인들처럼 나비는 전리품(戰利品)들을 입에 물고 현관 앞에 가지런히 정리했다.

 

전리품 목록 앞줄은 당연히 쥐의 차지였다. 거의 매일 같이 한두 마리 정도는 물고 온 것 같다. 그 다음은 참새 같은 작은 새들이었다. 나비는 놀라운 점프 실력으로 낮게 나는 새들을 도움닫기도 없이 곧잘 잡았다.

 

대단한 높이뛰기 선수였다. 그 이외에도 메뚜기, 잠자리, 나비나 나방 같은 곤충들도 있었다. 별 생각 없이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려다 나비의 전리품 때문에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비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자신의 징그러운 전리품을 굳이 마당과 실내의 중간 지역인 현관문 앞에 진열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특권이 있다.

 

할아버지는 나비가 자신의 사냥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그러는 것 같다고 했다. 자신도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주인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의도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현관이라는 이치에 대해서는 그곳이 사람들의 출입이 가장 빈번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할아버지의 해석에 대해 부모님도 같은 의견을 주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할아버지보다 실용적으로 해석했다. 나비도 어른이 되어 주인 가족에게 밥값을 내는 것이라고 했다. 세상에 공짜 밥은 없다면서 쥐를 하루에 한 마리 이상 잡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필자에게도 “너도 어른이 되면 나비처럼 밥값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비의 행동을 교육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ㅠ
타이어의 공기압을 측정하고, 부족한 공기를 주입하는 기계. 공짜(FREE)라지만 해당 주요소에서 기름을 넣은 차량에만 적용된다. 어머니는 항상 “세상에 공짜 밥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그런 취지에 부합하는 장치다. 2017년 11월 미국 미주리주에서 촬영

 

아버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해석했다. 주인 아들이 수시로 쥐꼬리를 찾고 있으니 나비가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필자 집에는 초등학생이 세 명 있었는데, 학교에서는 쥐꼬리 제출을 수시로 요구했다. 그래서 집에는 소화제, 해열제, 감기약 같은 상비약처럼 쥐꼬리를 비축해야만 했다.

 

과거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조세 제도로 조용조(租庸調)가 있었다. 조(租)는 토지의 소출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으로 토지세의 일종이라 할 수 있고, 용(庸)은 군 복무를 하는 군역(軍役)이나 의무 노동을 하는 부역(賦役)과 같은 노력 봉사였으며, 조(調)는 가구마다 부과되는 현물 납세 제도로 대표적인 것이 특산물 공납이었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지만 특히 특산물을 관아(官衙)에 납부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의무였다. 옛날 납세자들은 공납의 의무를 다하다 허리가 휜다고 불평하기 일쑤였다. 초등학생에게 쥐꼬리를 제출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쥐를 키워 꼬리를 제출해야겠다면서 불평하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고맙게도 나비 덕분에 공납의 의무는 차질 없이 수행한 것 같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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