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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빠루] 개와 고양이에게 한없이 관대했던 할아버지

[나비와빠루] 제 10부 

 

 

[노트펫] 농사는 사람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닌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같이 하는 일이다. 사람이 하는 역할을 절반이라 하면, 하늘과 땅은 나머지 절반을 책임진다. 하지만 농사에서 하늘, 땅, 사람이 차지하는 역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주머니 속의 스마트 폰을 꺼내 일기예보를 검색하면 간단하게 향후 10일 정도의 정확한 기상 여건을 알 수 있다. 그 정도 시간이면 농약 살포나 수확 시기 등에 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또한 비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는 시설원예도 많이 보급되고 있다. 폭우로 인한 피해에도 견뎌나갈 힘이 과거에 비해 많이 생긴 상태다.

 

사람이나 역우(役牛)의 근력이 필요했던 쟁기질, 운반 등과 같은 힘든 일은 트랙터 같은 농기구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수확이나 선별 작업 대부분에도 기계화가 진행되었다. 지력 고갈도 충분히 극복 가능한 일이 되었다. 질 좋은 비료의 사용은 어렵지 않다.

 

ⓒ노트펫
지금의 한우는 살을 찌우는 비육우(肥肉牛)지만, 과거 한우는 농사일을 하는 전형적인 역우였다. 2011년 충남에서 촬영

 

할아버지는 지금처럼 문명의 도움을 받을 수 없던 시절에 농사를 지은 농부였다. 당시 농부는 비구름의 흐름에 본능적으로 능통해야만 했다. 또한 농사일을 같이 할 소의 건강을 꾸준히 챙겨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는 생명에 대한 이해도가 대단히 높았다.

 

할아버지는 비록 동물들과 사람의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싫어하는 지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모든 동물들은 할아버지 손을 거치면 무엇이든 잘 자라고 건강하게 살았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그날도 길고양이들의 요란한 싸움 소리가 들렸다. 사흘째 비슷한 시간만 되면 나는 소리였다 “고양이들 싸움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도저히 숙제를 못하겠다.”고 할아버지에게 불평한 적이 있었다. 손자가 숙제를 하기 싫어하는 고양이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던 할아버지는 간단하게 손자의 불평을 잠재웠다.

 

“사람 사는 마을에는 아침에는 닭이 울고, 낮에는 개가 짖고, 밤에는 고양이들이 싸우기 마련이다. 만약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사람 사는 동네가 아니라 귀신이 사는 동네다.”

 

할아버지가 ‘귀신’이라는 말을 꺼내기만 해도 혼비백산하였으니, 더 이상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귀신 이야기 대신 세 종류의 동물이 제각기 다른 시간에 움직이는 이유에 대해 농담을 섞어서 설명했다.

 

닭이 아침에 우는 것은 매일 자신에게 밥을 주는 주인에 대한 보답으로 새벽에 낳은 알을 가져가라는 의미다. 개가 낮에 짖는 것도 낯선 이의 침입을 주인에게 알려주는 것이니 나름 밥값을 하는 일이다. 고양이가 밤에 싸우는 것은 근무시간과 관련 있다. 고양이는 낮에 쥐를 잡기 위해 바빠서 퇴근 후에 서로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할아버지는 동물들에 대해 매사 긍정적이었다. 다른 집의 개가 낮에 시끄럽게 짖으면 그 개 덕분에 우리 집에 도둑이 들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고, 길고양이들이 밤에 시끄럽게 싸우면 고양이 덕분에 동네에 쥐가 사라졌다고 풀이했다.

 

동물에 대한 사랑이 넘쳐서 그런 해석이 가능했을 것이다. 옆집의 개 짖는 소리나 동네 고양이들의 싸움 소리에 민감한 요즘 사람들이 그런 긍정적인 생각에 관심을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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