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컨텐츠 바로가기
뉴스 > 칼럼 > 칼럼

[나비와 빠루] 고양이가 대변을 묻는 이유

ⓒ노트펫
길고양이는 우리들의 소중한 이웃이다. 2021년 7월 촬영

 

[나비와빠루] 제 19부 

 

[노트펫] 길고양이는 아무런 질서나 통제 없이 자유롭게 사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길고양이의 사회에서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지켜야하는 규칙이 있다. 배타적인 지배 영역이 대표적이다. 만약 그 영역을 무시하고 함부로 행동하면 심한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사람의 눈에는 그냥 평범한 길이고, 아파트 화단이지만 길고양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길이 영역의 경계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새로운 질서를 원할 수도 있다. 그러면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길고양이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도 길고양이들이 산다. 그런데 지난 9월 매일 같이 밤만 되면 길고양이들이 격렬하게 싸워댔다. 시간으로 따지면 밤 10시부터 11시30분까지였다. 그러다가 10월부터는 조용하다. 마치 길고양이가 없는 세상 같다. 이는 기존의 왕좌가 수성을 했거나, 도전자가 집권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한 달 전부터 안면이 익숙해진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마치 고급 턱시도를 입은 것 같은 외모다. 몇 차례 인사를 치룬 이후 그 고양이는 필자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사람이 가까이 가면 도망치기 급하지만, 이 고양이는 다르다. 배타적인 영역의 지배자답게 겁이 별로 없고 행동도 느긋하다.

 

ⓒ노트펫
동네의 새로운 지배자 턱시도. 2021년 11월 촬영

 

심지어 필자가 근처에 있어도 신경도 안 쓰고 대변을 몇 번 보기도 한다. 그런데 볼 일을 보면 항상 정성껏 흙을 덮어두었다. 누가 자신의 변을 훔쳐 갈 것 같아서 숨기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 필자가 키웠던 나비도 그 턱시도 고양이와 비슷한 행동을 했다. 화단에서 볼일을 보면 반드시 흙으로 그 위를 덮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자기 변에서 나는 풍기는 냄새를 숨기기에 게으르지 않다. 키워본 사람은 알지만 고양이의 대변 냄새는 극복하기 어렵다. 고양이는 사랑하기 쉽지만, 그 변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고양이 뿐 아니라 육식동물의 대변은 초식동물에 비해 역한 냄새를 풍긴다. 풀을 분해한 것과 고기를 분해하며 체내에 축적된 암모니아가 배출되니 이는 당연한 이치다.

 

생태계에서 야생 고양이는 포식자(捕食者)와 피식자(被食者)를 겸한다. 사냥꾼이면서 사냥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고양이는 배설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은 그리 좋지 않은 선택이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먹잇감인 설치류들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배권에서는 더욱 철저히 변을 숨긴다.

 

고양이의 선택은 변에서 풍기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는 그 위에 뭔가를 덮어두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것은 흙이나 모래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그렇게 처리한다. 이렇게 하면 고양이는 자신의 대변에서 풍기는 역한 냄새를 세상에 알리지 않을 수 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목록

회원 댓글 0건

  • 비글
  • 불테리어
  • 오렌지냥이
  • 프렌치불독
코멘트 작성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욕설 및 악플은 사전동의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스티커댓글

[0/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