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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빠루] 낯선 개에게 몰래 검색 당하는 기분이란...

[나비와빠루] 제 53부 낯선 개의 코가 주는 축축함

 

[노트펫] 건강한 개의 코는 항상 축축하고 윤기가 흘러야 한다. 만약 개의 코가 건조하면, 이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방증이다. 어릴 적 할아버지는 아침에 빠루를 빗질하며 제일 먼저 코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할아버지는 종종 “개 코는 항상 축축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얘기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그것도 반(半) 강제로 확인해야만 하면 그리 유쾌하지 않다. 솔직히 심히 불쾌할 수도 있다. 얼마 전 그런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 있었다.

 

얼마 전 주말 편의점에 들렀다. 다수의 사람들은 “편의점은 무조건 비싸다.”라고 한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쇼핑하는 필자 같은 사람들을 경제관념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 옛날 얘기다.

 

요즘 편의점에서는 수시로 1+1이나 2+1 행사를 한다. 그런 상품을 잘 사면 대형 마트보다 싼 경우도 많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편의점을 들러 할인행사를 하는 제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쇼핑하는 게 최근에는 일상이 됐다.

 

ⓒ노트펫
사진 속의 닥스훈트(Dachshund)처럼 개의 코는 축축해야 한다. 2011년 촬영

 

그날도 그랬다. 편의점에서 행사 제품 몇 개를 발견하고 기쁜 마음에 계산까지 마쳤다. 시원한 편의점을 나서기 위해 문을 여니 숨이 막힐 정도의 덥고 습한 공기가 덮쳤다. 그 순간 반가운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몇 년 만에 안부를 전한 지인이 고마웠다. 마치 시원한 에어컨 바람 같은 전화였다.

 

순간 모든 신경이 전화통에 집중되었다. 한 손에는 구매한 물건을 담은 에코백을, 다른 한 손에는 전화를 든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몇 십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한 감촉을 느꼈다. 구름하나 없는 마른하늘에 축축한 물체가 다리에 닿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화기에서 시선을 떼고 아래를 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개 한 마리가 다리에 자신의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고 있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개 주인이 자기 개의 행동을 만류하지 않고 유쾌하지 않은 그 광경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개에게 강제 검색을 당하고 있는 필자의 소중한 다리는 마치 아무런 감정이나 느낌이 없는 전봇대가 된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귀한 다리가 낯선 개와 그 주인으로부터 그런 무생물 취급을 받는 것이 불쾌했다.

 

지인과의 통화 중이니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견주에게 봉투를 든 손을 힘겹게 들고 낯선 이의 다리 냄새를 맡는 개를 치울 것을 요구했다. 그날 2+1 행사로 2세트를 산 음료수 6개의 무게감을 확실히 느꼈다. 그때서야 견주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안한 기색을 냈다. 그리고 개를 데리고 필자의 소중한 다리에서 물러갔다.

 

아무리 개를 좋아하더라도 이런 경험은 질색일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개에게 필자의 다리 냄새를 맡게 한 그 개의 주인도 그럴 것 같다. 이런 상황에 딱 맞는 옛말이 전해진다. 기소불욕을 물시어인하라(己所不欲勿施於人).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수천 년 전 무려 공자(孔子)님께서 지금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논어(論語)에 남기신 말씀이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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