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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 ‘반려’와 ‘버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은 ‘애지중지’의 자세다. 진자리, 마른자리를 구분해 보살핀다. 자식에 버금가는 애틋한 보물로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보호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클래식 음악회가 열리고, 홍삼 부산물로 만든 사료도 나올 예정이다. 게다가 반려동물과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호스피스 병원도 생겨났다.

 

국회도 반응을 보인다. 다수의 의원들이 반려동물의 위상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원래 이 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의 방지 등 동물의 안전과 생명존중을 도모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변화된 시대상황에 맞추어 법령의 보안작업이 추진되는 것이다. 어찌됐건 발전적 흐름은 고무적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000만 시대에 걸맞는 당연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반려동물 선진국에 견주어 본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법령과 제도, 의료, 보험, 통계시스템 등 고칠 것도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고치고 버릴 것을 정리하는 게 우선일 수 있다. 바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는 ‘민낯’, 양심과 생명을 함께 버리는 행동 말이다. 유기되는 동물이 넘쳐나는 세상, 아무리 반려시대를 강조한들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일 뿐이다.

 

ⓒ노트펫

 

실제 여름 휴가철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버려지는 동물 때문이다. 그 수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운용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접수된 유기동물의 수는 8만여 마리를 훌쩍 넘겼다. 월평균 6700여 마리에 달한다. 특히 7~8월에는 평월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통계에 잡히지 않고 버려지는 동물까지 감안한다면, 유기동물의 문제는 정도의 심각성이 이미 도를 넘어선 상황이다.

 

더욱이 지자체에 의해 구조된 유기된 동물의 절반 이상은 자연사 또는 안락사에 처해진다. 말이 안락사이지 살처분이다. 버려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셈이다. 서울에서만 한 달에 600마리가 안락사 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물선진국인 유럽의 경우 독일, 스페인 등 대부분의 국가는 안락사를 금하고 있다. 철저한 동물등록제를 시행해 유기동물을 원천적으로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동물을 등록하지 않을 경우 엄하게 처벌한다. 독일의 경우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으면 조세포탈죄를 적용한다. 그만큼 반려동물도 존중해야하는 생명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반려동물은 장난감이 아니다. 동물 유기를 처벌하는 엄격한 잣대의 마련과 실행이 요구된다.

 

세상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고 하지만, 동물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개와 고양이들도 한쪽에서는 반려동물로 불리며 ‘또 하나의 가족’으로 존중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잠시 사랑받다가 버림받는 비운을 겪는다.

 

‘반려’와 ‘버려’, 겉과 속이 다른 두 얼굴 야누스(Janus)를 떠올리게 된다. 야누스는 로마신화에서 문(門)의 수호신이다. 문은 열림과 닫힘을, 시작과 마무리를 상징한다. 필요할 때만 마음의 문을 열고, 귀찮으면 닫아버리는 상당수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에 견공과 냥이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다. 이번 여름이 지나면 또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버려졌다는 얘기를 들어야 하는가.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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