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올해 2월 생태정보학(Ecological Informatics) 회지에 눈길을 끄는 논문 하나가 발표되었습니다. 바로 '사진 속의 기린을 인식하도록 훈련된 인공지능'에 관한 내용이었는데요.
SNS에 친구들과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면, 인공지능이 소름 돋는 정확도로 얼굴을 인식해서 친구를 태그하겠느냐고 묻는 시대가 되었으니 사진 속의 기린을 인식하는 것 정도는 기술적으로 아주 어려울 것 같지는 않기도 합니다.
SBS 예능 '런닝맨' 캡처 |
그런데 왜 하필 기린을 인식하도록 훈련시켰을까요?
연구진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생태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들의 노고를 덜어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고 하는데요.
야생 기린의 생태와 생활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연구 과정에서 기린과 직접 접촉할 경우 그들의 생태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몸통의 무늬 패턴을 통해 개체를 구별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기린 몸통의 무늬 패턴을 인식해 구별해 주는 프로그램은 이미 개발되어 있었지만, 수많은 사진 속 기린 몸통을 잘라서 프로그램에 인식시키는 작업은 연구자들이 수동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었죠.
그러다보니 전체 연구 과정 중에 사진을 프로그램에 인식시키는 절차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 과학자들과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 Wild Nature Institute/Penn State Univ.) |
물체 인식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을 통해, 촬영된 사진들에서 동물의 특정한 신체부위만을 인식하고 잘라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발표한 것이죠.
이 프로그램은 동아프리카에 사는 3,000마리 이상의 기린을 거의 완벽하게 개체별로 구별해내고 생활사를 추적하는 작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이 여러 학문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국내의 한 스타트업에서도 비문 인식 기술을 이용한 반려동물 개체 식별 솔루션을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기술의 발전이 사람 뿐만 아니라 강아지와 고양이, 반려동물의 삶도 풍부하게 해 줄 날이 그렇게 멀지 않아 보입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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