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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이란 말만 없어져도 유기견 해결되지 않을까요”

강아지를 입양하려고 갔는데… 분양샵에 강아지가 없다?

실물 강아지가 없는 것도 이상한데, 앞으로 2개월쯤 더 기다려야 한단다?

 

아트 갤러리 펫파크 ‘다독다독’의 홈페이지 분양 코너에는 이런 안내 문구가 있다.

 

“다독다독에서는 강아지 쇼케이스 판매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가히 괴짜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괴짜 펫파크 '다독다독'을 이끌어 가고 있는 이기석 본부장을 만났다.

 

 

이기석 본부장이 다독다독 개관전시 '플라스틱 스토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트펫

 

 

홍보 없이 홍보한다

 

“저희는 일체의 홍보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업계에서 다들 한다는 블로그 마케팅도 안 해요. 심지어 네이버에 검색해도 홈페이지 주소가 저기 맨 끝에 나와요.”

 

이쯤 되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펫파크를 운영하는 건지, 이렇게 운영해도 되는 건지 궁금한 점이 많아졌다.

 

다독다독이 문을 연 지 2개월. 두 달간 전시회만 두 번 열었다고 한다.

 

“저희는 저희 만의 방식으로 홍보하고 있어요. 홍보비로 전시회를 여는 거죠. 그게 저희 다독다독식 홍보법이에요.”

 

 

아트갤러리 펫파크 '다독다독'의 개관 전시에서 전시된 작품이 카페 입구에서 방문자들을 환영하고 있다(왼쪽). 두번째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은 다독다독 내부 곳곳에 걸려 있다. ⓒ노트펫

 

그러고 보니 카페 입구에 사슴 모양의 작품이 있었다. 개관 전시였던 김우진 작가의 작품이다. 카페 내부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은 유기견을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전시, 박지혜 작가의 작품들이다.

 

“다행히 찾아주시는 분들에 호응이 좋아요. 저희 카페를 방문해주셨던 분들이 각자 블로그에 글도 많이 올려주시고요.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전시회는 많지 않잖아요. 하고 싶은 전시회도 열고 홍보도 되니 저희로선 일거양득인 셈이죠.”

 

 

기사 더 보기 [여기 어때] 반려견과 함께 아트 갤러리 펫 파크 '다독다독'

 

남들이 하는 것 vs 안 하는 것

 

최근 몇 년 사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급성장했다. 대형업체들에서 공급하는 사료나 간식만 먹이는 게 아니라 내가 키우는 반려견이 좋아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수제 사료를 찾아 먹이는 방식의 이른바 반려동물용품 DIY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다독다독은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일까. 블루오션을 겨냥한 모델이냐는 질문에 이 본부장은 손사래를 쳤다.

 

“미용, 호텔, 운동장, 분양 중개까지 저희도 남들이 하는 것 다 해요. 남들이 하는 것에 보태서 우리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그런 행사들이 그저 튀기 위해서,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다독다독은 이달 31일까지 전국 백일장을 연다. 이 또한 기존에 없었던 이벤트다. 이제까지 해왔던 전시회도, 앞으로 있을 백일장도 목적은 매우 명확하다. 유기견을 돕기 위해서다.

 

“유기견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해마다 버려지는 동물들은 많은데 구조를 한다 해도 갈 곳이 없어요.

 

그래서 다독다독은 ‘3*5=15’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분양문화 정착을 위해 준비했어요. 건강한 분양문화가 정착돼야 유기견이 없어질 수 있거든요.”

 

삼오십오 캠페인은 3개월 된 건강한 강아지를 5개월이 될 때까지 교육해 분양하면 15년간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독다독에서 진행 중인 '삼오십오' 캠페인.  ⓒ다독다독 홈페이지

 

 

올해 목표는 반려견 장례식장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곳과 방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지자체에서 여는 행사에서조차 유기동물 재분양 부스가 거절당하는 게 현실이거든요. 또 각 가정에서도 반려견과 어떻게 놀아주는지 그 방법을 몰라서 함께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다독다독이 반려동물의 메카로, 반려동물 문화가 점점 더 풍성해지는 ‘곳’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이 본부장에게 최종 목표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대신 올해의 목표를 물었다.

 

“필요자금부터 관련 허가까지 다 준비된 사업이 하나 있어요. 반려견 장례식장인데요, 이게 부지를 정하는 게 만만치 않더라고요. 주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요. 올해는 꼭 적당한 부지를 찾아서 반려동물 종합추모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이기석 본부장이 카페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반려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노트펫 


 

끝으로 반려문화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이 괴짜 본부장에게 개인적인 바람을 물었다. 대답은 역시나 유기동물이었다.

 

“제일 바라는 것은 분양이라는 말이 없어지는 거예요. 생명을 돈 주고 사고파는 거…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믹스견‧순종견 따지는 것도요. 그것만 없어져도 이렇게 유기견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어렵겠지만,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진주 기자 pearl@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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