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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거의 없는데 70일 지났다고' 충무로 애견거리 가보니...

'강아지 공장'에 대한 적나라한 실체가 방송된 지 딱 1주일. 분양시장에서는 실제로 어떤 동물을 어떻게 분양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2일 현장에 나가봤다.

 

관련기사 '돌고래도 판다' 청계애완동물시장 가봤더니...

 

청계애완동물시장에 이어 찾아간 곳은 충무로 애견거리.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충무로는 여전히 애견숍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충무로 애견거리 초입. ⓒ노트펫

 

 

청계 애완동물시장을 거쳐 충무로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오후로 접어들면서 더위가 켜켜이 쌓인 탓에 체감온도는 더 올라갔다.

 

이곳은 청계애완동물시장처럼 외부에 강아지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서 거리 초입에서 한시름 덜었는데..

 

하지만 그 기대가 부질없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시박스 구석에 앉아 있는 말티즈. ⓒ노트펫

 

 

강아지들은 원래 잠을 많이 자기 때문에 저 모습이 자는 거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쇼윈도를 가득 채운 아크릴 박스 안의 본 강아지들은 모두 지쳐 있었다.

 

하나같이 배를 깔고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이 강아지는 자세히 보면 눈과 입 주변에, 사람으로 치면 버즘처럼 하얀 이물질이 잔뜩 끼어 있었다. ⓒ노트펫

 

 

또 하나같이 너무나 작았다.

 

45일만 되면 그냥 팔아버린다던 '강아지 공장'을 고발한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원래 60일부터 팔아야 하지만 45일 정도 되면 다 팔아~ 가격 차이가 크거든."

 

방송에서 자랑스럽게 떠들던 그 '공장 사장님'의 말이 귀에 들리는 듯 했다.

 

귀를 다쳐 붕대로 감아놓은 요크셔테리어. ⓒ노트펫

 

 

한 애견숍으로 들어가봤다.

 

시츄 수컷을 분양받고 싶다고 숍에 있는 직원에게 말했더니 바로 강아지 한마리를 보여줬다.

 

따로 묻지도 않았는데 '가정견'이고 이 강아지의 아버지도 매우 잘 생겼다는 이야기를 늘어놨다.

 

만져봐도 되냐고 물어보니 맘껏 만져보라고 했다.

 

충무로 애견숍에서 만난 수컷 시츄. ⓒ노트펫

 

이 녀석은 손을 대자마자 입을 벌려 손가락을 물었다.

 

원래 그러지 못하게 해야 하지만, 확인할 것이 있어 잠시 그대로 있었다.

 

역시나... 이빨이 제대로 만져지질 않았다. 빠르면 생후 2주 뒤부터 앞니를 시작으로 치아가 나기 시작한다. 

 

숍 주인은 이 녀석의 생일이 3월 10일이라고 했다. 즉 생후 70일이 넘은 강아지라는 뜻이다.

 

하지만 몸통이 성인 여자 주먹 크기 밖에 되지 않았다. 70일이 넘은 강아지치고는 작아도 너무 작았다.

 

애견숍에서 생후 70일이 넘었다고 말한 시츄. 그러나 몸통이 성인 여자 주먹보다 작고, 이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노트펫

 

 

강아지를 꺼내 보여주는 곳은 천장에서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나왔다.

 

하지만 쇼윈도 쪽에 붙어있는, 아마도 이 녀석이 하루종일 있을 그 아크릴 박스쪽은 밖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질만큼 더웠다.

 

쇼윈도를 통해 반려견을 구경하고 있는 가족들. ⓒ노트펫

 

숍을 나와 돌아보니 한 부부와 한 커플이 쇼윈도를 통해 강아지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사람들에게도 '60일이 넘은 건강하고 예쁜 아이라고 설명하겠지' 라는 생각에 입맛이 썼다. 


얼마 전 취재 중에 만난 한 애견카페 운영자의 말이 절로 떠올랐다.

 

"분양이라는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반려인들에게 상술에 속지 않고, 건강한 반려견을 입양할 자격이 있다면,

 

반려견 역시 어미의 젖을 충분히 먹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반려인을 기다릴 자격이 있는 게 아닐까.

이진주 기자 pearl@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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