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 산책로에 누군가 치우지 않고 간 개똥을 보면 인상이 찌푸려진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예의가 부족할까 하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가끔은 그 개똥을 보면서 아주 잠깐은 다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지금부터 3년 전의 일이다. 가족들과 주말 나들이를 갔다가 풀밭에 있는 강아지똥과 그 바로 옆에 핀 민들레꽃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사색에 빠졌다. 거창하게 사색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잠깐 생각에 든 이유는 감명 깊게 읽었던 작품 ‘강아지똥’(권정생, 길벗출판사)이라는 작품 때문이다.
이 작품은 1969년 아동문학상을 받았으며, 2003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보급되기도 하였다. 간략히 작품 ‘강아지똥’의 대략적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강아지 한 마리가 눈 작은 똥은 더럽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주위에서 아무도 반기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존재였다. 똥은 그런 현실에 상처를 받고 슬퍼하였다. 그러던 중 봄이 되어 민들레의 싹이 트면서 이런 상황에는 반전이 생긴다.
싹은 작은 강아지똥에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거름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도움을 요청한다. 똥은 기꺼이 자기 온몸을 던져 꽃을 위한 거름이 되어 준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강아지똥은 민들레꽃이 되어 다시 태어난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지저분한 개똥을 보면서 필자는 문득 지나간 인생을 되돌아보았다.‘강아지똥’의 주인공처럼 누군가를 위해 자기 온 몸을 희생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약간의 희생을 하면 과도하게 생색을 내는 그런 하찮은 인간일 뿐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천사 같은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타인을 위해 온 몸을 불살라서 자신의 온기(溫氣)를 전해주는 연탄재와 같은 인생을 살고 계신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침 출근길 안도현 시인의 작품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라는 시를 떠올려보았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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