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앵무새가 주인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재현해내, 재판에서 증언으로 쓰일 수도 전망이다.
미국 미시간주 검찰이 한 남성의 살인사건에서 앵무새의 증언을 증거로 채택할지 검토 중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인공은 19세인 아프리카 회색앵무 ‘버드’다. 지난 2015년 5월 미시간주 샌드레이크에서 버드의 주인 마틴 듀램이 수차례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현장에서 주인과 함께 발견된 버드는 “제발 총 쏘지 마!”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듀램의 전처 크리스티나 켈러는 우드 TV 인터뷰에서 “버드가 마틴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며 “버드의 머리에 각인돼, 버드가 그것을 흘려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켈러는 현재 전남편의 앵무새를 돌보고 있다.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사람은 듀램의 현재 부인 글레나 듀램(48세). 남편이 죽은 그날, 글레나는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쏴 자살을 시도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글레나는 살인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회색앵무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버드의 증언이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될지 검토 중이다. 버드는 마틴의 마지막 외침뿐만 아니라 마틴과 글레나로 추정되는 여성 사이에 오간 말다툼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앵무새의 증언이 재판에 증거로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에서 한 여성이 총상을 입고 죽은 현장에 피살자의 앵무새 ‘맥스’가 “안 돼! 리처드, 안 돼, 안 돼 안 돼!”라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었다.
피살자의 동업자이자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 게리 래스프를 변호한 찰스 오걸닉 변호사는 맥스의 증언을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하도록 요청했다.
변호사는 범인이 그의 의뢰인 게리가 아니라 리처드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해들은 말이 아니라 녹음된 음성 기록과 같다는 점을 논점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회색앵무 전문가인 이렌느 페퍼버그 박사도 회색앵무가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들은 말을 정확하게 반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판사는 맥스의 증언을 채택하지 않았고, 게리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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