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진짜 고양이에게 폭주족 풍의 옷을 입혀 앉힌 다음 정면에서 촬영을 해 마치 서 있는 것 처럼 보이게 한 냥이가 유행했었다.
바로 '나메네코'(なめ猫). 정식명칭은 '전일본 폭주족 냥이연합! 깔보지 말아라!'다.
이 험악한 캐치프레이즈와 설정이 당시 초중학생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각종 캐릭터 상품이 팔려 나갔고 작은 모형 집, 소품 등을 이용해 촬영된 장면들은 35년이 지난 지금 봐도 너무 재미있다.
그 때는 지금처럼 스마트폰 카메라로 갖가지 재미난 냥이 모습을 언제든 쉽게 찍는 시대가 아니었다.
더구나 냥이들 펫을 위한 옷도 따로 판매하지 않았던 때니 신기해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아기 냥이들을 학대해가며 촬영하진 않았나, 박제를 쓰진 않았나, 심지어는 마취를 시켜 몸을 굳게 한 뒤 촬영하진 않았나 등의 갖가지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그래서 촬영 현장을 TV에 공개, 냥이들을 소중히 다루는 모습도 보여줘야 했다.
나메네코는 2005년 즘 더욱 세련된(?) 복장으로 다시 나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향수어린 복고풍 80년대 나메네코가 훨씬 재미나다.
대체 누가 처음 이런 발상을 했을까?
기획자였던 쯔다(津田)씨는 근처 세탁소에서 4마리 아기냥이들을 데려와 키우게 된다.
어느날 쯔다씨 여자친구가 깜빡하고 두고 간 인형옷을 우연히 아기 냥이들에게 장난삼아 입혀보게 된 것. 이것을 촬영한 것이 시작이 됐다.
당시 포스터가 600만장,사진집이 50만 부, 자동차 운전 면허풍의 브로마이드는 1200만 장 정도 팔려나갔다고 한다.
그 면허증의 유효기간 란엔 '은퇴할 때 까지 유효' '깔보면 무효'등의 재밌는 내용까지 들어가 있어 대 인기였다.
한창 전성기 때는 실제 자동차 운전자들이 교통위반을 하고도 '나메네코 면허증'을 내밀기도 해 경찰측이 발매 회사에 항의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문구, 사진집, 게임 등 수많은 캐릭터 상품이 쏟아졌지만 쯔다씨가 사망 후, 동물보호단체 등으로 부터 동물학대 등의 항의로 점차 발매 중지가 됐다.
서 있는 것처럼 옷을 입혀 촬영한 것이 큰 원인으로 실제는 앉은 채 앞 발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들과 당시 포스터들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 '나메네코'가 요즘 다시 부활했다.
다시 붐을 일으키게 된 건 작년의 '와이모바일'이란 이동통신사 광고에 등장하고 부터다. 학생할인 광고에 응원단 캐릭터로 나온다.
역시 일본은 냥이 천국.
35년 전 '나메네코' 복장을 흉내 낸 사진들이 SNS에 또 올라오다니 유행은 돌고 도나보다. 아니면 일본이 제일 잘 나갔던 1980년대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아주 많다든지.
다만, 나메네코에는 일장기 표식이 배경으로 깔리는게 다반사다. 우리 입장에서는 최근 몇년간 진행돼온 일본의 우경화를 연상케 한다. 다소 껄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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