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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푸드에 부는 자연식 열풍..영양 균형 생각할 때"

 

 

[노트펫] "기존 사료에 대한 불신으로 반려동물 먹거리에도 자연식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모두가 신선한 재료를 내세우고 있는 것은 좋지만 추가로 영양 균형이 맞춰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자연식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간과되고 있는 영양 균형을 챙겨봐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정설령(사진) 한국반려동물영양연구소(KNRC) 대표는 지난 23일 건국대학교 반려동물산업 최고위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1990년대 말 상업 가공 사료의 원료 안전성 이슈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곰팡이 독소의 한 종류인 아플라톡신에 오염된 사료를 먹고 반려견이 폐사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

 

2005년 미국에서는 아플라톡신에 오염된 사료를 먹고 100마리 이상의 반려견이 폐사하는 사건이 일어나 대대적인 리콜 사태가 발생했다. 

 

2007년 터진 멜라민 파동은 상업 가공 사료의 불신이 대중화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중국의 사료업자들이 단백질 함유량을 높게 보일 목적으로 원료에 멜라민을 넣어서 사료 회사에 납품했다. 

 

멜라민은 신장 독성이 있는데 이를 섭취한 개와 고양이가 신부전으로 대거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전까지 멜라민은 식품의 원료로 사용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원료 안전성 평가 항목에 멜라민이 포함되지 않는 점을 악용하여 일부 원료 납품 업자들이 반려동물 사료 회사에 원료를 납품했고 이를 그대로 사료로 생산한 것이 파동으로 번진 것이었다.

 

 

최근까지도 사료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일부 미국의 사료에서는 안락사 물질이 검출됐고, 실제 이 때문에 사망에 이른 반려동물이 보고됐다. 사료의 원료로 쓰이는 동물을 안락사 할 때 쓰인 물질이 그대로 사료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는 "일련의 사고를 겪으면서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스스로 자구책을 찾기 시작했고, 생식이 부상했다"며 "실제 생식을 해본 결과 반려동물이 건강해졌다는 보호자들의 진술도 생식 확산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식은 위생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제조 과정에서 식중독균에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선 재료를 사용하는 화식이 함께 부상한 이유다. 업계에서는 생식과 신선 재료를 쓴 화식을 통틀어 자연식이라고 부르고 있다.

 

생식과 화식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이기에는 전문지식과 함께 번거롭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기에 이는 전문업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들 업체들의 제품 가격은 일반 상업 건사료에 비해 최고 9배 가량 높지만 기꺼이 이런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보호자들이 많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법인 형태를 갖춘 생식 및 화식 업체만도 10곳이 넘을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

 

식중독균 오염 문제는 종종 제기되고 있지만 이와 못지않게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간과되고 있는 것이 영양 균형이라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 2013년 미국에서는 서적과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된 생식 및 화식 레시피 200여 가지를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95%는 최소 한가지 영양소가 부족했고, 83.5%는 2가지 이상의 영양소가 부족했다. 양파와 마늘 등 개와 고양이에게 유해한 원료를 사용하는 레시피도 6.5% 발견됐다.

 

정 대표는 "특히 세포 재생 및 성장과 면역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연은 레시피의 69%에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연은 해산물에 많이 들어 있는 영양소이고 자연식에는 해산물이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칼슘과 관련해서는 성장 과정에서 충분히 칼슘을 섭취하지 못한 어린 고양이에서 골격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례도 실제 보고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편 영양소간 간섭 현상을 간과해서 의도치 않게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칼슘은 아연의 흡수를 방해하는데 적절한 칼슘 공급량을 모르고 너무 과도한 칼슘을 식품에 첨가한 것이 아연의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지금 생식과 화식업체가 성행하고 있지만 영양 균형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실제로 시판 제품을 수거하여 영양소 함량 분석을 진행하였을 때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를 일부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진정한 생식과 화식은 위생 문제는 물론 영양소 균형까지 갖출 때 보호자들에 더 큰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설령 대표는 국내 반려동물 영양학의 대가로 로얄캐닌 수의사업부 총책임자 등을 거쳐 지난 4월 한국반려동물영양연구소를 설립했다.

 

지난 8월에는 반려동물 영양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벤처기업 인증도 획득했다. 한국영양전문동물병원도 함께 설립, 운영하고 있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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