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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고양이에 얼씬 못하게' 동물학대범 최장 5년 사육금지처분 받는다

7부 능선 넘은 동물보호법 전면개정
방치 등 학대행위 구체화..학대 판결 땐 최장 5년간 사육금지처분
민간동물보호소 제도권으로..펫숍 허가제로 규제 강화

 

오직 푸들 만을 입양받아 데려간 남성.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된 사체만 8구에 달한다.
오직 푸들 만을 입양받아 학대하고 죽인 남성. 군산의 공공기관 사택 화단에서 발견된 사체만 8구에 달한다.

 

[노트펫] 40대 공기업 재직자의 푸들 강아지 19마리 연쇄 살해 행각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국내 굴지의 공기업이라는 고액 연봉의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남성이 동료들과 함께 사는 사택 안에서 그같은 짓을 저질러 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개설된 푸들 연쇄 살해 혐의자의 강력 처벌과 신상공개 청원은 8일 오후 3시 현재 7만명을 넘어섰다. 개설 이틀이 지나지 않은 가운데 사건 소식을 듣고 잔인함에 치를 떠는 이들이 청원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현재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 작업도 지체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안은 학대 행위를 일반 개인들이 방치 등 의식없이 행할 수 있는 행위로까지 구체화하는 동시에 학대행위자에 대해서는 아예 키우지 못하도록 사육금지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동물의 안전을 위해 소유권까지 제한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3일 회의를 열고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50여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합조정해 마련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안 대안을 의결했다.

 

지난 1991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동물보호법이 제정됐다. '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해외의 동물보호복지 개선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설이 우세하다. 개식용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때다.

 

제정 이후 사회적 흐름에 맞춰 수차례에 걸쳐 법이 보완돼 왔으나 최근 몇년 새 동물 학대와 안전사고 발생 등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지속되고, 반려가구의 급증과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이 크게 높아지면서 전면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동물에게 제3의 인격을 부여하고, 동물의 지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민법 개정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을 정도로 시대가 바뀌어 전면 개정이 불가피해진 측면도 있다.

 

우선 그간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 있던 학대행위 유형이 동물보호법으로 끌어올려지는 동시에 학대행위도 상당히 구체화된다.

 

금지되는 학대행위 조항에 '동물의 몸에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한다. '동물을 혹서·혹한 등의 환경에 방치하여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와 '갈증이나 굶주림의 해소 또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등의 목적 없이 동물에게 음식이나 물을 강제로 먹여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이다. 방치가 학대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조항이다.

 

소유자가 해서는 안되는 학대행위도 명시된다.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 및 먹이 제공, 적정한 길이의 목줄, 위생·건강 관리를 위한 사항 등 사육·관리 또는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 △앞의 제2호의 행위로 인하여 반려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이다.

 

경계선상에 있어 처벌하기가 애매했던 행위들을 학대행위로 못박아 학대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런 행위를 하면 법에 따른 처벌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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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이 살던 사택 화단에서 발견된 푸들 사체. 골절상을 입고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물학대자의 동물 소유를 제한하는 내용이 신설된다. 현재 동물은 물건이라서 학대자라도 기존에 키우던 동물을 계속해서 키울 수 있고, 새로이 입양이나 분양을 받는데에도 제약이 없다. 이 때문에 학대받은 동물이 다시 학대한 주인에게 반환되면서 동물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동물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5년의 범위에서 사육금지처분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죄 판결 전이라도 사육금지가처분을 통해 주인으로부터 격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유권보다 학대 받은 동물에 대한 안전을 위에 두는 조항이다.

 

사육금지처분을 받지 않는 등으로 피학대 동물을 데려갈 수 있게 되더라도 발생한 보호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사육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추후 지자체 점검을 받게 된다.

 

푸들 미소. 평소 깨발랄한 성격이었다.
40대 남성이 잘 있다면서 보내온 푸들 하진. 하지만 푸들은 약 기운에 잠을 자고, 네 발은 양말을 신기고 꽁꽁 싸매놨다. 추후 푸들의 주인은 엽기 행각을 듣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사육포기동물의 인수제 근거를 담고 있다. 사육금지처분을 받은 학대자로부터 동물을 인수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군입대, 수감, 질병 등으로 불가피하게 파양할 사정이 생긴 이들을 위한 제도다.

 

이미 동물보호소들은 질병에 따른 입원이나 사망, 수감 등으로 갈 곳 없이 남겨진 반려동물들을 거두고 있다. 현실에선 이미 이뤄지고 있는 인수제가 공식화되는 측면이 있다. 다만, 인수제도는 무분별한 파양을 막기 위해 인수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맹견에 의한 안전사고 방지 차원에서 맹견사육허가제도 신설된다. 현재는 맹견 소유자에게 보험과 함께 교육이수의무가 부과되고 있다. 법안 통과시 맹견을 키우려면 지자체장에게 사육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질평가도 진행된다.

 

기질평가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기질평가는 맹견 뿐 아니라 맹견 아닌 개의 기질평가도 진행한다. 비맹견이 안전사고를 냈을 경우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또 민간동물보호소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흔히들 동물보호소라고 부르지만 지자체가 직접 혹은 위탁해서 운영하는 공공 동물보호소 외에 민간이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는 현재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을 기준없이 사고파는 펫숍에서 보호소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 문제가 안된다. 아무나 보호소라는 간판을 내걸 수 있다.

 

법안은 동물보호소를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유실유기동물 및 피학대동물을 기증인수받아 임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시설보호소'라고 정의하고 있다. 신고제를 도입할 계획으로 시설 및 운영기준도 마련된다. 

 

이렇게 되면 보호소라고 하면서 실은 반려동물을 판매하는 신종 펫샵은 더 이상 보호소 행세를 할 수 없게 된다. 시설과 운영기준도 마련되므로 마구잡이로 동물들을 수집한 뒤 수용 동물들을 볼모로 후원금 만을 모으는 사이비 사설동물보호소들도 기반을 잃게 된다.

 

산업 측면에서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제도가 도입된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는 반려동물의 행동분석·평가 및 훈련 등에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현재 한국애견연맹과 한국애견협회 등 민간 기관에서 발급하는 자격증 외에 국가가 정식으로 훈련사 자격을 주게 된다.

 

동물수입업과 동물판매업, 동물장묘업은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뀐다. 동물생산업 뿐 아니라 반려동물 관련 8대 업종 가운데 4개 업종이 허가제로 운영된다. 특히 동물판매업은 펫숍으로서 최근 몇 년 간 강화되어온 반려동물 생산판매 규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규제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이제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절차를 남게 두게 됐다.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7부 능선은 넘었다는 평가다. 개정안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이미 수 년 간의 논의를 거쳐온 과제들로 법안 통과로 이어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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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댓글 1건

  •   2021/12/09 11:17:12
    5년도 넘 짧아요 20년은 되야

    답글 6

  • 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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