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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를 변태로 만드는 고양이의 마법

 

[노트펫] 얼마 전 아리가 내 무릎 위로 올라와 앉더니 뱃살에 대고 평소처럼 꾹꾹이를 시작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한 손으로 아리 머리를 쓰담쓰담 만져주고 있었다.

 

이건 우리만의 완벽하고 여유로운 휴식 시간이다. 아리는 내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보내는 듯했고, 나는 아리의 부드러운 털의 촉감을 느끼며 그 평화를 만끽했다.

 

그런데 정말 예고도 없이 갑자기, 아리가 ‘캬악!’ 하고 신경질을 내더니 내 얼굴 앞에 대고 앞발을 위협적으로(?) 휘두르고는 바닥으로 폴짝 내려가 버리는 것이었다.

 

고양이들은 가끔 스킨십이 과해지면 그것을 통증으로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갑자기 화를 내면서 가버린 건가…… 싶으면서도, 내 눈앞에 앞발을 들이밀며 화를 내는 게 너무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1차로 경고만 하는 건지 실제로 때리지는 않고, 마치 초등학교 고학년 형아가 저학년 동생에게 으름장을 놓는 것처럼 ‘너 한 번만 더 하면 가만 안 둬!’ 하는 기세였다.

 

내가 황당해서 가만히 있었더니 아리는 한 10분 만에 다시 내 무릎 위로 올라와서 아무렇지 않게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왜, 때려봐. 때려봐!’ 하며 입술을 삐죽였지만 아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졸린 눈을 느지막하게 깜빡였다.

 

 

고양이가 짜증을 내는 게 가끔 섭섭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데, 그 와중에도 위협하며 휘두르는 그 발바닥이 몹시 귀여워 보이는 콩깍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그러고 보니 이전에는 낮잠 자고 있는 제이를 자꾸 만지작거렸더니, 제이가 짜증을 내며 앞발로 내 볼을 밀었다.

 

그런데, 그 촉감! 따끈따끈하고 말랑말랑한 그 젤리의 촉감이 볼에 느껴지는데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예전에 어느 마켓에서 고양이 젤리 대용 장난감을 파는 걸 본 적이 있다. 고양이 젤리를 만지고 싶을 때 대신 만지면 되는 비슷한 촉감의 장난감이란다.

 

당시엔 ‘이걸 사는 사람이 있나?’ 싶어 머릿속에 물음표가 떴는데, 고양이 젤리 대용품이 필요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제이는 ‘더 해줘, 한 번 더 때려봐’ 하고 치근덕거리는 집사를 미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결국 자리를 떠나 버렸다.

 

 

그러고 보면 이뿐만이 아니다. 집안 어디에 있다가도 고양이가 물 먹는 소리가 들리면 살금살금 다가가 하염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고양이 물 먹는 소리만큼 만족스러운 bgm이 없고, 바쁘게 움직이는 돌기 난 혓바닥도 너무 귀엽다.

 

하품할 때 보이는 송곳니도, 파프리카 단면처럼 ‘크아앙’ 하는 얼굴이 되는 것도 신기하고, 우다다 하느라고 정신없이 나를 밟고 뛰어도 내 허벅지에 살포시 찍힌 젤리 자국을 보면 만족스럽다.

 

찍힌 사진이 분명 ‘엽사’가 틀림없는데도 삭제는커녕 수집하게 되고, 발이나 젤리 사진 같은 것을 수도 없이 찍는다.  

 

물론 나는 지극히 평범한 시민일 뿐, 일반 사람들이 선뜻 이해하기 힘든 취향 같은 건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 그런데 왜 고양이들에게는 이토록 집요한 시선으로 갖가지 독특한 애정 포인트를 찾아내고야 마는 걸까.

 

이건 고양이들이 문제다. 집사들을 차례차례 변태로 만들고 있는 수법이 뭔지는 모르지만, 분명 고양이들만 가지고 있는 비밀스런 무기임이 틀림없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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