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산불 중에 홀로 살아남은 버니즈 마운틴 도그 이지 [ABC 뉴스 캡처 화면] |
[노트펫] 일주일 넘게 지속되면서 최소 40명이 숨진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산불로 반려견의 운명도 엇갈렸다.
주인이 역경 속에서도 기지를 발휘해서 함께 데리고 탈출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뒤에 남겨졌지만 강한 생존력으로 살아남아 주인을 기다린 개도 있었다.
산타로사 주니어 칼리지 대학생인 나타샤 월리스는 70파운드(약 32㎏) 나가는 핏불 반려견 ‘벤틀리’를 더플 백에 넣고 어깨에 맨 채, 오토바이를 타고 대피했다고 미국 폭스40 지역방송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리스는 4살 된 벤틀리를 차에 태우고, 대피하려고 했지만, 대피 차량으로 차로가 꽉 막힌 탓에 오토바이를 선택했다. 하지만 32㎏ 나가는 반려견을 태울 자리가 없었다.
결국 월리스는 궁리 끝에 버티는 벤틀리에게 제발 가방에 들어가라고 설득해서, 그 가방을 어깨에 매고 오토바이에 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트럭 운전수가 오토바이를 탄 월리스와 벤틀리를 보고, 트럭에 태워준 덕분에, 월리스와 벤틀리는 무사히 화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9살 된 버니즈 마운틴 도그 반려견 ‘이지’와 그레이트 피레니즈 목양견 ‘오딘’도 운 좋은 경우라고 ABC뉴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버 가족은 한밤중에 황급히 산불 대피에 나서면서, 이지를 찾지 못해 이지를 남겨두고 떠났다.
캐서린 위버는 잠옷 차림으로 차에 올라타면서도 이지의 이름을 외쳤지만, 이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화재가 진압된 후 캐서린의 아들 잭 위버는 부모님에게 집 상태를 보여주려고, 화재 현장으로 돌아갔다.
휴대폰 동영상으로 집 근처를 촬영하면서도, 이지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그러자 마치 기다린 것처럼 이지가 나타나서 잭에게 다가왔다.
위버 가족은 화재로 집을 잃고 낙담했지만, 이지가 돌아온 덕분에 재기의 힘을 얻었다고 한다.
수의사는 이지가 두꺼운 털 덕분에 화재 열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털이 단열재 역할을 해서 화상을 입지 않은 것.
농장주 롤랜드 헨델은 반려견 오딘을 남겨두고 대피했다.
가족과 반려견 그리고 가축을 다 챙길 수 없어서, 헨델은 가축의 생사를 선택해야만 했다. 헨델 가족은 피난길에서 오딘을 죽게 남겨뒀단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
화재가 진압된 뒤에 헨델 가족은 재가 된 농장으로 돌아왔다. 그곳에 까맣게 그을린 오딘이 화상을 입고 지쳤지만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헨델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오딘은 염소 8마리와 야생 사슴들까지 보호하고 있었다.
반면에 화마에 스러진 목숨들도 있었다. 린 앤더슨 파월이 산불 대피 중에 반려견을 구하려다가 숨졌다고 미국 CNN방송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월 부부는 보더콜리 반려견 4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산불 대피령이 발령되기 전인 새벽 1시에 산불이 부부의 집을 덮쳤다. 아내 린은 반려견 ‘젬마’를 데리고 먼저 대피했고, 남편 조지는 남은 반려견 3마리를 찾아서 나중에 출발했다. 조지는 가족 모두 무사히 대피했다고 안도했다.
그러나 이틀 뒤에 아내와 젬마의 시신이 발견됐다. 아내는 불길과 연기 속에서 차 밖으로 빠져나왔고, 반려견 젬마를 차 밖으로 빼내려고 하다가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소노마 카운티 애니멀 서비스는 개 44마리와 고양이 64마리를 돌보고 있다. 대부분 산불 재난지역에서 구조한 반려동물들이다. 캘리포니아 지역 동물보호소는 구조한 반려동물 정보를 SNS에 올려, 잃어버린 동물과 재회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회원 댓글 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