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눈앞에서 갑자기 뭔가가 휙 하고 움직였다.
까맣고 하얀 것이 순식간에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기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 재빠른 실루엣은 분홍색 코와 수염이 허공의 무언가를 향해 한껏 집중하고 있는 고양이였다.
나비인지 새인지 모를 것을 발견한 녀석이 나뭇가지 위에서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었다.
멋지게 나뭇가지 위에 오른 것까지는 좋았는데, 재빠른 것치고는 너무 눈에 띄어서인지 사냥은 실패. 녀석은 애매한 표정으로 ‘어떻게 내려가지?’ 잠시 망설이는 것 같더니만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총총총 사라졌다.
친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최근에 또 ‘길고양이 밥 주지 마세요’ 안내문이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은 고양이가 우리 동네를 깨끗하게 지켜주고 있는 셈인데, 왜 우리는 겪지 않으면 알지 못할까.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공생할 수는 없을까. 어느덧 모든 게 얼어가는 계절이 되니, 사냥하는 씩씩한 모습을 보고도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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