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동국사로 들어와 지내며 올여름 새끼를 출산한 사찰 고양이 |
[노트펫] 얼마 전 어머니와 함께 전북 군산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온 김현주 씨.
초원사진관, 경암동 철길마을, 히로쓰 가옥 등 군산의 대표 관광지를 둘러본 뒤 마지막 코스로 동국사를 찾았다.
금광동에 위치한 동국사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국내 일본식 사찰 중 유일하게 보존된 곳으로, 여행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일본 에도 시대의 건축 양식도 이색적이지만 사찰 내부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보기 위해 찾는 발걸음도 많다.
현주 씨 역시 어머니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동국사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깜찍한(?) 박스 하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사찰에 분홍색 박스가 있는 게 안 어울린다 싶어 안을 살펴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새근새근 자고 있는 거예요."
한 마리의 고양이를 발견하고 보니 사찰 이곳저곳에 작은 새끼 고양이들이 왔다갔다 하는 게 보였다. 박스 속 어미가 낳은 네 마리의 새끼 고양이였다.
녀석들은 외부인의 발길이 익숙한지 숨거나 피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자유롭게 누비며 놀고 있었다.
현주 씨는 "길냥이였던 어미가 몇 년 전 사찰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요. 올해 여름에 새끼를 낳아 요즘 육아에 지쳐 이렇게 잠을 많이 잔다고 하더라고요"라고 전했다.
"사찰 안에 '다온'이라는 작은 찻집이 있는데 여기 사장님이 고양이를 돌보고 계세요. 찻집 앞에 고양이 장난감이 잔뜩 놓여 있더라고요."
사찰 스님 역시 고양이가 동국사에서 지내는 걸 흔쾌히 허락했다고. 등록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된 대웅전 옆에 고양이 집과 용품이 놓일 수 있던 것도 스님의 배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찰 안 찻집 앞에는 고양이 장난감이 놓여 있다 |
올여름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은 사찰 마당을 놀이터 삼아 무럭무럭 크고 있다 |
현주 씨는 "대웅전 뒤로 돌아가니 개도 있더라고요. 사찰은 어렵고 무거운 장소라고 생각했는데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함께하는 걸 보니 따뜻한 느낌을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다만 현주 씨는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여행객을 잘 따르는 새끼 고양이들. 하지만 과도하게 만지는 것은 고양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
사찰 정원에서 장난을 치며 노는 새끼 고양이. 목에 한 빨간 방울이 귀엽다 |
"동국사를 찾는 분들이 고양이를 예뻐하는 건 좋은데, 달아나는 아이들을 쫓아 만지려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지켜보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바라보면서 좋아해줘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과 고양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 덕에 군산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됐다는 현주 씨. 군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냥이가 있는 사찰 동국사를 들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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