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최근에 이사를 앞두고 있어 부동산에서 우리 집에 자주 들렀다. 고양이들이 있어서 빈 집의 비밀번호를 알려주기는 걱정스러워 되도록 시간을 맞춰 집에서 손님맞이를 했다. 낯선 사람들이 성큼성큼 집에 들어와 부엌부터 안방까지 들여다보는 것이 어쩐지 어색하고 쑥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제이는 접대냥 기질이 있어서 갑자기 집이 북적거리니 도리어 신이 난 모양이었다. 거실에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일행처럼 앉아 있는가 하면, 그중 한 명에게 다가가 다리에 몸을 부비며 친한 척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크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다들 신기해하면서 물었다.
“얘는 꼭 강아지 같네요.”
이전에 내가 키웠던 강아지는 손님이 오면 오히려 짖고 내 방으로 쏙 숨어 버리곤 했다. 사람에게 부비는 것보다는 눈길 닿는 곳에 살포시 몸만 붙이고 눕는 걸 좋아했다. 그걸 떠올리며 나는 애매하게 웃었다. 왜 내 강아지는 고양이 같고, 고양이는 오히려 강아지 같지?
한 번은 일 때문에 담당자 분들이 집으로 오시게 되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제이와 아리가 둘 다 거실로 나와서 사람들 틈새로 기웃거렸다. 초면인데도 아랑곳없이, 어느새 예쁨 받겠다고 서로 몸을 발라당 뒤집고 난리였다.
그 모습을 보다가 한 분이 슬쩍 물었다.
“고양이는 개보다 키우기 쉽죠?”
고양이는 배변 훈련을 따로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 매일 산책을 해야 하는 개에 비해 혼자 집에 잘 머무른다는 점 등의 특징 때문에 1인 가구에서도 덜 번거로운 고양이 키우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
나도 예전 같으면 선뜻 ‘개보다는 고양이가 쉽죠’라고 말했겠지만, 살다 보니 그렇게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대답을 머뭇거렸다.
제일 중요한 건 고양이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료와 물을 주고, 화장실을 치워주는 기본적인 ‘돌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강아지와 산책이나 놀이를 하는 것처럼 고양이도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원한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고양이는 보통 조용한 동물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나는 최근 오전 10시만 되면 알람을 맞춘 것처럼 울어대는 제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저녁때마다 간식을 주기 때문에 웬만하면 낮 시간에는 간식을 따로 먹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간식을 먹겠다고 야옹야옹 시위를 하는 것이다.
그 집요함을 감안하면 웬만한 개보다 시끄러운 소리를 많이 내는 것 같다. 작고 갸냘픈 소리지만, 엄마들이 아기 울음소리에 짜증이 더럭 나는 것을 내심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반려동물의 비율은 개보다 고양이 쪽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인 듯하다. 일본에서는 이미 반려묘의 수가 반려견의 수를 넘어섰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네코노믹스’가 통용될 정도로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고양이가 사랑받는 것만큼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정보도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결국 성격 나름이라, 단호하게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나만 고양이 없어!’ 그래서 귀여운 고양이를 덥석 집에 들인 초보 집사들은 고양이의 알려져 있지 않던 뜻밖의 면모에 놀랄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것만은 미리 귀띔하고 싶다. 고양이는 의외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동물은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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