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에 처음 가본 이들이라면 다소 의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료를 중심으로 목줄 등 각종 용품 진열대가 있고, 한켠에서는 미용을 하며, 또다른 곳에서는 호텔이라고 적힌 팻말을 볼 수 있기 때문. 병원에 온 것인데 마치 용품 판매점에 온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동물병원은 왜, 백화점 처럼 다양한 물품과 서비스를 취급하고, 제공하는 것일까. 다른 나라도 그런 것일까. 가까운 일본은 물론이고 멀리 미국과 비교할 때도 답은 '아니올시다'에 가깝다.
일본의 경우에도 프랜차이즈 병원의 경우 우리나라 동물병원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흔한 동물병원의 경우 구색만 갖춰 놓고 있을 뿐 병원이라는 인상이 짙다는 평가다.
ⓒ노트펫 미국 올랜드의 펫스마트 매장 모습 |
미국은 대표적인 용품 대형마트인 펫스마트를 보자. 펫스마트는 가구업계의 이케아와 같은 전문매장이다. 경쟁업체로 펫코라는 업체도 있다. 펫스마트는 용품 판매가 주이나 훈련과 미용, 호텔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동물병원도 입점해 있다. 하지만 이는 동물병원이 용품샵과의 시너지를 위해 곁에 위치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수의사업계에 따르면 오늘날 동물병원이 백화점처럼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나라 애완견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고 한다.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애완견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이지만, 활성화된 때는 1990년대 후반이 되어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사회를 뒤흔든 IMF 외환위기를 맞긴 했으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이후 확장세를 보였던 애완견 문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경제가 발전하면서 애완견 문화도 급팽창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애완견 인구는 늘었지만 막상 사료나 각종 용품을 살 곳은 마땅치 않았다고 한다. 1980년대 개를 키워본 이들은 알 수 있으리라. 그때는 사료를 쌀집에서도 팔았다고 한다. 쌀과 마찬가지로 한 됫박에 얼마 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결국 보호자들이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동물병원에서 각종 용품과 사료를 얻게 됐고 동물병원들도 수입 안정화 차원에서 이쪽에 눈을 돌리게 된다. 가축은 인류의 역사와 뗄 수 없다. 수의사법도 1950년대 제정됐다.
수의사 한 분은 이와 관련 "1990년대말 애완견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 지 조차도 정보가 많지 않았다"며 "동물병원이 결국은 허브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물병원의 트렌드 중 하나는 대형화다. 임상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몇몇이 뭉쳐 곧장 규모가 큰 대형병원을 연다. 사연을 들어보면 매년 250명 가량의 수의사가 임상쪽으로 배출되는 가운데 이미 자리를 잡은, 그래서 경력도 수십년에 달하는 1인동물병원의 틈바구니 속에서는 대형화 만이 살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들 대형병원들은 아무래도 안정적 운영 기반 마련 차원에서 이것저것 마다할 겨를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용품 판매와 미용, 호텔, 분양 등 하지 않는 업무가 거의 없다. 진료차 동물병원을 찾는 이들도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 병원을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동물병원의 대형화에 일반 애견숍이나 훈련사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의사에 종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커진 시장의 파이를 수의사들이 독식하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화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의 다양성도 확보돼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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