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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에서 짝을 찾다

'콘카츠'(こんかつ 、婚活)라는 일본말이 있다. '결혼활동'의 줄임말로 결혼도 취업활동하듯 적극적으로 정보를 얻어 움직인다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파트너를 찾는 일도 요즘은 뭔가 심상치가 않다. 자연스러운 연애가 결혼으로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시대인가? 초식남, 건어물녀의 나라여서 그런가?

 

요즘 이 결혼활동은 '고콘'(合コン)이라는 좀 인위적인 방식이 대세라고 한다. '고콘'(合コン)은 '合同company'를 줄여 쓴 말로 미혼남녀들의 단체미팅을 일컫는다.


이 '고콘'의 요즘 추세가 바로 '같은 취미를 가진 남녀끼리 모이자!' 라는 것이다.  스포츠고콘, 요리고콘 등등. 반려동물을 매개로 하는 펫고콘도 빠지지 않는다.  

 

ⓒ김민정 펫을 매개로 하는 고콘(결혼활동)을 홍보하는 일본의 한 사이트

 

펫고콘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누콘'(犬コン)이 있다. '난 개를 좋아하니까 파트너도 나처럼 개를 좋아했으면...'하는 바램을 갖고 참가하는 애견가들의 결혼활동이라고 보면 된다. 

 

이누콘의 참가 조건을 보자. 참가자들은 서로 키우고 있는 반려견을 데리고 와야 한다. 반려견이 없는 경우엔 무조건 개를 좋아하거나 앞으로 키울 계획을 갖고 있으면 된다. 참가할 수 있는 연령은 30, 40대 전후로 꽤 폭넓은 편이다. 


이누콘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김민정 펫고콘의 하나인 이누콘에 참여한 남녀는 자신에 데려온 반려견과 함께 하면서 서로를 탐색한다.

 

일반적 방법은 함께 온 반려견들에 대한 질문 등을 하며 자칫 서먹할 수도 있는 첫만남의 대화를 시작한다. 사실 개를 사이에 두고 서로가 탐색작전(?)을 펴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미리 주최측이 치밀하게 준비해 놓은 즉, 잘 훈련시킨 개들 중에 마음에 드는 개를 고르는 것이다.

 

개들은 품종별로 개성이 확실한 편이라 서로 선택한 개가 같을 경우 남녀의 성격도 서로 닮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연애심리학에서도 펫을 대하는 태도로 연애의 경향을 알 수가 있다고 하니 여러 모로 괜찮은 이누콘인 것 같다.

 

이누콘이 열리는 장소는 보통 작은 음식점이나 카페다. 물론 개의 식사도 잘 준비돼 나온다.  그런데 요즘은 '1일 버스투어형 이누콘'이 훨씬 인기라고 한다. 낯선 곳이 주는 해방감과 설레임이 한 몫하는 듯하다.

 

주로 도그런(Dog Run, 개가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이 갖춰진 근교의 드넓은 목장으로 버스를 타고 간다. 버스 안에선 진행자가 나와 분위기를 띄우는데 조금 긴장된 참가자들보다 함께 따라 나온 반려견들이 더 들뜨고 신이 나 있다.

 

장소가 야외인 만큼 커플끼리의 게임도 운동회 수준. 예를 들자면 개의 목줄 대신 종이 테입을 사용해 끊어지지 않고 달리기 등이다. 마음 맞는 커플들은 반려견들과 산책도 하며 대화를 나눈다.

 

한국 같으면 이벤트 자체가 낯선데 일본에서는 이 '버스투어 이누콘'의 성사율이 제법 높다고 한다. 이누콘을 주최하는 곳은 결혼정보업체나 반려동물 관련 사이트, 펫 푸드협회 등이다.

 

이누콘이 맺어 준 커플들은 결혼식때 화환을 쓴 반려견과 같이 입장하면 잘 어울리겠다.

 

그런데, 글쎄.. 운명의 만남이란 게 정말 있다면 이누콘에 참가하기 보다는 개를 데리고 공원을 뛰다 서로 맞닥뜨리는 편이 더 운명적일 것 같은데?.... 영화를 너무 많이 보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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