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개인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하늘이 어두컴컴하면 괜히 기분이 착 가라앉으며 몸도 무거워지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세먼지 때문인지 비가 오지 않아도 흐린 날이 많아진 것 같다. 자주 구름이 끼는 런던에서는 해만 뜨면 사람들이 그렇게 공원으로 나와 몸을 굽는다는데, 그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간다.
그래도 며칠 동안 비가 세차게 오더니 최근에는 거짓말처럼 쨍하게 날이 개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침대에 고양이들이 없다면 100퍼센트, 베란다 캣타워에 옹기종기 매달려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고양이 세 마리가 모두 나른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맑은 날의 가장 좋은 점이다.
따뜻한 햇살과 고양이의 조합은 그 자체로 참 평화로운데, 고양이가 햇빛을 좋아하는 데에는 사실 본능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고양이는 사막에서 유래한 동물이라 유전자 자체가 따뜻한 햇빛과 친하다.
특히 단모종 고양이들은 햇빛쬐어 체온과 에너지를 유지하려 하는 성향이 있어, 날이 더워지면 유난히 시원한 곳을 찾는 장모종 고양이에 비해 따뜻한 곳을 한층 더 찾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중모가 빽빽하게 난 장모종은 체온 유지를 위해 햇빛을 찾기보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한 쿨매트를 찾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심하게 더운 날이 아니라면 굳이 햇빛을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불어 고양이에게는 비타민D가 필요한데, 음식을 섭취하는 것으로는 충분히 비타민D를 흡수할 수 없다고 한다. 대신 일광욕을 통해서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기 때문에 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햇빛을 찾는다. 또한 햇빛의 살균 효과 때문에 털이나 피부를 청결하게 하려고 햇빛을 쬐기도 한다.
또한 사람도 햇빛을 오랫동안 쬐지 않으면 기분이 축 쳐지는 경우가 많은데, 고양이도 마찬가지로 일광욕을 통해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얻는다. 고양이들이 햇빛을 찾는 데에는 단순히 따뜻한 곳이 좋아서가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도 있는 셈이다.
햇빛이 좋은 날의 또 다른 장점은 제이 덕분에 발견했다. 아침에 창가로 햇빛이 들어오면 휴대폰의 각도만 조금 바꿔도 하얀 벽에 반사되어 햇빛 조각이 생긴다. 새 장난감을 사줘도 하루 이틀이면 만신창이를 만들어 버리는 세 고양이들은 반사된 빛만 발견해도 그걸 사냥하겠다고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 뛰어다닌다.
글쎄, 하지만 고양이가 햇빛을 좋아하는 제일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제이가 캣타워 위에서 나를 빤히 보다가 몸을 발라당 뒤집을 때마다, 아리가 ‘냥!’ 하고 대답하거나 달이가 예쁜 눈을 꿈뻑이며 바닥에 철퍼덕 몸을 눕힐 때마다 ‘또, 또! 귀여워 보이려고 일부러 그런다’ 하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그들은 귀여워 보여서 원하는 걸 얻어내는 방법에 대한 리스트를 100만 개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확실히 햇빛 속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는 귀엽다. 굳이 햇빛이 들어오는 곳을 찾아가 몸을 따끈따끈 덥히는 그 기특하고 똑똑한 행동이 얼마나 귀여워 보이는지, 고양이는 틀림없이 알고 있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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