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잠시 일을 보는 동안 강아지를 매어 둘 수 있는 주견(犬)대를 갖춘 오피스빌딩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약 250여개 소셜벤처기업이 모여 들면서 소셜벤처밸리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주견대를 갖춘 건물 역시 70개 안팎의 소셜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는 공유오피스 중 하나다.
입구 앞에 강아지 표시가 들어간 십자 형태의 말뚝이 실제 있었다.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말뚝. 하지만 잠시 동안 강아지를 둘 곳을 찾지 못해 바깥에 그냥 방치해 본 적 있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시설물이었다.
헤이그라운드(HEYGROUND)다. 헤이그라운드는 왜 이런 말뚝을 설치한 것일까. 실제 이용하는 이들은 있을까.
헤이그라운드는 처음부터 소셜벤처기업들을 위한 공간으로 기획됐다. '모든 존재에게 공평하고 열린 공간'을 지향했다.
이에 맞춰 건물 설계시부터 입주 예정 소셜벤처기업가들로부터 공간 이용에 대한 의견도 수렴했는데 '반려동물 동반 허용' 역시 화두가 됐다.
미국의 IT 기업들 가운데에는 반려동물을 사무실에 데려오는 것을 권장하는 곳들이 많다.
우리나라 IT 기업들 역시 비슷한 추세다. 테헤란밸리와 여의도, 그리고 강북 주요 거점에 잇따라 사무실을 열고 있는 창업공간 위워크코리아 역시 반려동물 동반을 허용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헤이그라운드 입주 예정자 중에서도 반려동물을 데려올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옥상 공간을 반려동물 유치원이나 휴게실 등으로 썼으면 어떠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최종 논의 끝에 모든 이들이 반려견과 함께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쪽으로 기울었고, 건물 안에는 들이지 말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모든 존재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지향점은 포기할 수 없었고, 주견대를 설치하는 것으로 대신하게 됐다.
"처음엔 실제 이용하는 이들이 있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어느새 입구 옆 카페에 밥그릇과 물그릇을 맡겨 두곤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이도 보이더라고요."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해 있는 소셜벤처 크래프트링크의 고귀현 대표의 설명이다.
헤이그라운드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아들인 정경선(32) 씨가 세운 비영리단체 루트임팩트가 지어 운영하고 있다.
재벌가의 사회적 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의 상징으로서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3차 일자리위원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상징성 있는 공간에 비록 작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물론 앞으로 반려견 출입을 허용하는 곳은 추세적으로 늘어날 것도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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