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잠이 덜 깨서 침대 위에 누워 비몽사몽 눈을 감고 있는데 저 멀리서 무언가 ‘탁탁탁’ 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제이가 장난감 공이라도 때리는 건가…… 하고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무언가를 치는 듯한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나는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꾸물거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 멀리에서 “야오오오오옹” 하는 세상 서러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아차 싶어 몸을 벌떡 일으켰다. 혹시 내가 실수로 고양이가 들어온 걸 모르고 화장실 문이라도 닫아버린 거 아니야? 그건 아니었다.
달이와 제이가 갇혀 있었던 건 화장실이 아니라 베란다였다. 달이는 베란다 너머에서 세상 애처로운 목소리로 문을 열어 달라고 울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남편이 출근하기 전에 베란다의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들어오면서 무심코 문을 닫아버린 탓이었다.
거실로 넘어오려는데 베란다 문이 닫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달이가 어떻게 된 거냐며 발로 문을 두드리고 야옹야옹 울면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마음으로 베란다 문을 열어주자 달이는 냉큼 방안으로 들어와 거실 한복판에 누웠다. 다시는 저 끔찍한(?) 베란다에 나가지 않겠다는 기세로.
평소에는 아침마다 세 마리 고양이가 모두 베란다 캣타워에 올라가 있을 때가 많고, 함께 갇혀 있던 제이도 태연하게 스크래처 위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유독 달이는 갇혀 있는 상태를 못 견딘다.
병원을 갈 때도 이동장에 들어가면 발톱에서 피가 날 정도로 강박적으로 문을 긁는다. 그때는 이동장 문을 조금만 빼꼼 열어줘도 몰라보게 안정적인 상태가 된다.
제이나 아리는 평소 이동장 안에 들어가서 누워 있을 정도로 익숙하게 사용하는 반면 달이에게 이동장에 갇히는 것은 공포의 상황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심지어 내가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가도 달이는 밖에서 계속 문을 긁는다. 내가 갇혔다고 생각해서 열어주려는 기특한 몸짓일까? 설마 자기가 거실에 갇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4년 동안의 보호소 생활, 그리고 보호소에 오기 이전까지 달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아마 갇히는 느낌을 싫어하게 된 이유가 그 시기 어디쯤에 있었으리라.
아마 달이도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생활했다면, 그래서 집사가 이동장이나 양치질 등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줬다면 세상에 무서운 것이 훨씬 더 적어졌을 것이다.
나도 개복치처럼 겁이 많은 성격이라 일상에서 자주 공포를 느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그래서 달이의 트라우마가 더 짠하고, 더 빨리 만나지 못해 안타깝다.
달이가 앞으로 우리 집에서 살면서 세상에 무서운 것이 조금은 적어졌으면, 달이를 둘러싼 작은 세상이 안전하고 다정하다는 것을 조금 더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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