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노트펫 회원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을 재구성해 작성되었습니다.
'따운이'는 올해 대략 7살에서 9살 가량으로 추정되는 암컷 믹스견이다. 정말 요리조리 살펴봐도 시골의 믹스견이다. 시골에 자리 잡은 우리집에 온 지는 이제 갓 1년.
따운이는 그전까지 근처의 식당 한 켠에 묶여서 사는 견생이었다.여느 시골처럼 따운이는 식당에 계속 있었다면 아마 제명에 죽지 못했으리라. 사실 따운이를 식당에서 바로 데려온 것은 아니다.
어떤 분이 자기몸을 위해 데려왔는데 그것을 우리 형님이 가엽게 여겨 키워 보겠다면서 데리고 왔다. 형님이 따운이를 처음 봤을때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제대로 먹지 못해 깡 말랐고, 털갈이도 하지 못할 정도로 추레했다. 계속 묶여 살면서 두려움에 떨었기 때문일까 사람에게 정을 제대로 붙이지도 못했다. 이사람저사람 식당을 오가면서 아마 'x개' 취급을 당했을 테니.
우리집에는 개가 이미 5마리 있었다. 진돗개들이다. 강아지 2마리와 성견 진돗개 3마리. 우리집 진돗개들의 성격은 참 거칠다. 툭하면 집담을 넘어가 말썽을 피운다. 따운이도 이들 거친 진돗개들의 눈길을 피하지 못했다.
젊은 암놈 한 마리가 특히 따운이를 괴롭혔다. 따운이를 데리고 온 지 지금까지 1년 사이 이 암놈이 따운이를 물고 할퀴고 해서 심한 상처를 가하기가 벌써 2차례.
급기야 우리 가족은 격리 조치를 취했다. 그 암놈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내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잘 뛰지도 못하는 따운이는 자유롭게, 그 암놈은 다소 너른 망 안에 넣어서 서로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
사실 이런 조치를 취해도 그 성질 사나운 녀석이 언제 따운이를 공격할지 몰라 우리 가족은 항상 긴장상태다. 우리집에 왔어도 구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던 따운이. 그런데 그 따운이에게 의외로 원군이 나타났다. 바로 그 암놈이 낳은 14개월된 수컷 진돗개 녀석이 따운이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황색털을 지닌 이 녀석은 어미와 다르게 그렇게 순둥이일 수가 없다. 개들도 참 성격이 가지각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녀석이다. 이 녀석은 따운이를 올라타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따운이에게 그렇게 살가울 수가 없다. 사람이로 치자면 갑자기 살게 된 뒷방 할머니를 모시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집에서도 이 녀석을 따운이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해줬다. 따운이는 과거의 상처가 다소나마 아문 것 같다. 이제 어느 정도 달리기도 한다. 물론 그 암놈 녀석 때문에 불안하긴 하지만 말이다.
따운이라는 이름은 우리 형님이 손수 지어 줬다. 산악자전거를 좀 타시는 형님이 산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일컫는 다우닝(Downing)이라는 말처럼 힘차게 뛰어 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지어 줬다. 따운이의 인생을 보면서 정말 개팔자도 이리 기구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다.
따운이는 이제 견생 2막을 사는 셈이다. 그 성질 격한 암놈 녀석이 있어 완전히 인생이 풀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따운아, 이제 숨 크게 들이쉬고 힘차게 뛰면서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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