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우연한 기회로 얼마 전 한 유기동물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더운 날이었지만 유기견들은 모두 신이 난 얼굴로 사람들의 품에 안겨 있었다.
미용도 하고 목욕도 하고 나니 모두 보송보송한 얼굴이 되어 지금 막 애견 펜션에 놀러온 반려견이라고 해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우리 셋째 고양이 달이도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라서 유기동물 보호소에 가면 아무래도 아이들 하나하나를 애정 어린 눈으로 보게 된다.
충분히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인데 단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서, 혹은 유기견이나 믹스견, 흔한 코숏이라는 딱지 때문에 좀처럼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막상 가족을 만나 사람의 손길이 닿고 사랑을 받으면 모든 동물들은 예쁘고 특별해진다. 우리 집에 온 뒤로 달이 역시 털이 몰라보게 부드러워지고 구내염으로 입 주변이 지저분하던 것도 약을 먹으며 관리하다 보니 깔끔해졌다.
보호소에서는 눈곱이 끼어 있었고 처음에는 떼어도 떼어도 자꾸 눈곱이 달렸는데 몇 달이 지난 지금은 눈곱이 잘 생기지 않아 얼굴이 항상 깨끗하다.
파란색 눈에 연한 분홍색 코가 두드러지는 지금의 예쁜 모습으로 입양처를 찾았다면 아마도 4년이나 보호소에 있었을 리 없었을 것이다.
이날 목욕을 마치고 보송보송하게 예뻐진 유기견들이 다시 견사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내심 안타까웠다.
보호소에는 너무 많은 아이들이 있다 보니 그 아이들을 먹이고 아프지 않게 케어하는 것만도 보통 일이 아닌데, 만약 보호소가 아니라 가정에서 임시 보호를 받는다면 입양 갈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해외에서 방문했던 한 펫숍에서는 강아지 공장에서 온 아이들이 아니라 유기동물들을 창 너머로 볼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사람들이 사료나 용품을 사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유기견, 유기묘를 만나보고 입양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유기동물이 외진 보호소가 아니라 도심의 펫숍에 와 있다 보니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그만큼 늘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보통 보호소에서는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입양처를 찾는 홍보 인력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져야만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수 있는데 말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도리어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기 어렵다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집에 있는 반려동물과 대조되게 버려진 채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모든 아이를 개개인이 거두어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오히려 마음의 짐을 얹고 돌아오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보호소에 가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지금 당장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심과 손길이라는 사실을 한편으로 느끼게 된다.
오늘 평생 가족과 인연을 맺지 못하더라도, 오늘 한 번 더 쓰다듬어주는 낯선 사람의 손길이 보호소 아이들에게는 더욱 필요하다.
나도 보호소를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보호소의 아이들이 많은 사람들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봉사활동이든 임시보호든 세상과의 접점이 많아져야 그만큼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람 품에 안겨 해맑게 웃고 있는 유기견들을 보면서,내가 조금씩 자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회원 댓글 2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