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걸그룹 에프엑스 루나는 식구가 많다. 올해로 8살 된 강아지 밥과 4살 아티, 그리고 2살 고양이 버터, 그리고 막내 릴리와 함께 살고 있다. 모두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유기견, 유기묘들이었다. 밥과 아티는 개농장에서 데리고 왔고 버터는 부모님이 길거리에서 주운 고양이였다.
막내 릴리는 주인 할머니에게 폭력을 당하다 파양 당한 상처가 있다. 루나는 굶주림을 당한 밥에게 "평생 배불리 먹고 살라"는 마음을 담아, 릴리에게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백합에서 따와 이름을 선물했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버림 받지 않도록, 평생 사랑해주겠다는 루나의 예쁜 마음이 담겼다.
루나가 막내 릴리를 데리고 SM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외출을 했다. 릴리는 자동문이 신기한 듯 몇 번 장난을 치다가도 이내 루나 곁으로 다가왔다. 루나는 "집에서는 발랄한데, 밖에서는 제게서 멀리 안 떨어진다. 아픈 과거 때문에 사람을 좀 무서워한다"고 말하며 릴리를 어루만졌다.
릴리는 사진을 찍을 때도 얌전하게 루나 곁에 있었고, 인터뷰가 시작되자 루나의 품 속에서 아기처럼 새근새근 잠들었다. 루나는 "내게 반려동물은 가족이고, 평생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다"라며 "같이 놀고 먹고 자고 하며 평생 함께 가겠다"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걸그룹 에프엑스 루나는 요즘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무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레베카'로 신인상을 수상, 그 실력을 인정 받았다. 루나는 유니크한 색깔을 자랑하는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이자, 또 솔로 가수로도 존재감을 되새겼다. 유튜브 채널 '루나의 알파벳'도 운영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다채로운 색깔과 매력을 가진 루나다.
◇ "뮤지컬 도전 8년 만에 신인상, 눈물 났죠
루나는 지난 2010년 '금발이 너무해'를 시작으로 '코요테 어글리', '하이스쿨뮤지컬', '스쿨오즈', '인 더 하이츠', '파이브코스러브' '레베카' 등의 다수 작품으로 내공을 쌓아왔다. 지난 8년 동안 안정적인 가창력과 발전하는 연기력,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제는 관객들에게 믿고보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얼마 전 대구 뮤지컬 공연에서는 신인상도 탔다. 뮤지컬 시작한지 8년 만에 얻은, 그것도 '신인상'이라는 점에서 감격의 깊이도 상의 무게도 컸다.
"뮤지컬로는 신인상을 못 받았을 줄 알았는데 눈물이 났어요. 혼이 많이 났거든요. 완벽히 배우로서 안봐줄 때도 많았어요. 가수 출신이니까 책임감도 생기고 좋은 작품을 보여주겠다고 했어요. 더 잘해서 발전한 모습 보여주겠습니다. 인정을 받았다기보다 이제 한걸음 시작이구나라는 느낌이 컸어요. 뮤지컬 시작한지 8년이 됐지만 시간이 중요하진 않고, 제가 어떻게 발을 디디고 보여주는 지가 중요해요. 더 잘해서 발전한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
루나는 오는 29일까지 공연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강인한 스칼렛 오하라의 폭풍 같은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로, 루나는 바다, 김보경과 함께 스칼렛 오하라를 연기하고 있다. 루나는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상 스칼렛에 흠뻑 빠졌다.
"14살의 스칼렛 오하라부터 40살까지, 큰 차이를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를 테니까'라는 마지막 대사에 이르기까지 그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이 처음엔 어려워서 공부도 많이 했죠. 스칼렛은 여장부 같고,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발전하려 하고, 책임감이 강한, 강인한 여성이에요. 저와 닮은 부분이 많은데, 나답게 표현을 하는게 맞을지 스칼렛 오하라로서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 고민했어요. 그러다보니 제가 갖고 있는 강인함과 그 나이대 스칼렛이 느꼈던 것을 함께 연기하게 됐죠. 스칼렛이 짠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럼에도 슬픔보다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메시지 때문에 벅차기도 했어요."
루나에게 뮤지컬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금발이 너무해'로 뮤지컬 무대에 처음 섰을 때가18살이었다. 에프엑스로 활동하며 무대가 익숙했던 루나였지만 뮤지컬은 새로운 세계였고,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실력보다 앞서 아이돌로 먼저 보는 시선은 따가웠지만, 그보다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어 마냥 행복했다고. 루나는 "그 당시만 해도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는 바다, 옥주현 언니가 다였다. 아이돌 편견보다, '어떻게 이런 분야가 다있지'라는 해맑은 마음으로 행복했었다"고 떠올렸다. '금발이 너무해'를 계기로 대학 진학을 했고, 뮤지컬을 계속 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지금까지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인생 캐릭터'였다.
물론 슬럼프도 있었다. 그는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오히려 객관적으로 배우로서 봐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혼도 많이 나고 관객들이 싫어하는 부분도 알게 됐다. 가요와 뮤지컬 창법이 달라 대사 전달이 안 된다거나 성량이 작은 것을 싫어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열심히 고치려고 했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부딪히고 깨지면서 성장 중이라는 루나는 앞으로도 서고 싶은 작품이 많다. 그는 "어딜 가도 선한 영향력이 주는 것이 목표다. 저도 너무 좋은 영향력을 받고, 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왔다.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고 웃었다.
◇ "유튜버 재미있는 도전...에프엑스는 내 베스트프렌드"
루나가 뮤지컬만큼 또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는 영역이 있다. 루나는 2016년부터 개인 유튜브 채널 '루나의 알파벳'(룬파벳)을 운영 중이다. 구독자 수만 17만명, 벌써 시즌4를 맞았을 만큼 호응이 뜨겁다.
루나는 유투버로서의 첫 걸음에 대해 "정말 하고 싶었다. 방송처럼 짜여진 것이 싫었다.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게 무엇일지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버스킹도 많이 했다. 유튜브는 소통하는 데 좋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루나의 알파벳'이라는 이름처럼, A부터 Z까지 다양한 아이템이 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걸그룹의 다이어트 관리부터 메이크업, 먹방 등이 있다. 자작곡을 직접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해외 콘서트 출국 현장까지 담기는 등 그야말로 장르를 넘나드는 '블록버스터급' 채널이다. 에프엑스 엠버는 물론 SM 동료 가수들의 모습도 담겨 '깨알' 재미를 선사한다. 루나는 "내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짜고 한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꾸며진 '예쁜 모습'보다, 루나의 편안한 일상이나 진짜 얼굴들이 담겼다. 걸그룹 멤버로서 걱정되진 않았을까.
"저도 어쩔 수 없는 아이돌이기 때문에(웃음) 팬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죠. 살 빼는 방법 등은 어린 구독자가 따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꼭 '주위 경고'를 해준 다음에 하니까 이해해주세요. 편하게 하니까 오히려 팬층이 아닌 분들과도 더 많이 소통이 되는 것 같아요. 파워 유튜버 욕심은 없어요. 갑자기 확 사랑받는 것보다 꾸준히 오래오래 지켜보고 싶어요."
'가수' 루나의 무대 뒤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얼마 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작곡을 작업하고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SM이 음반 회사인데도 허락해주는 것이 신기하다. 사실 음원으로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유튜버로 '생얼'을 내려놓은 것처럼 완벽하지 않은 음악도 더 편하게 느낀다. 회사의 도움을 받은 것보다 제가 스스로 만들었고 작업을 했기 때문에 구독자들이 좋아해주면 만족스럽다. 사랑을 많이 해주면 음원으로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루나는 아직 방송되지 않은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깜짝 이벤트' 계획을 스포일러 하기도. 루나는 "정말 아이템이 무궁무진하다. 파워 유튜버 욕심은 없다. 갑자기 확 사랑받는 것보다 꾸준히 오래오래 지켜가고 싶다"고 웃었다.
루나의 가수 행보에 대해 궁금해하는 팬들도 많다. 솔로와 에프엑스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10년의 길을 함께 걸어온 에프엑스 멤버들은 루나에게 여전히 특별하고 감사한 존재들이다. 루나는 "에프엑스는 제겐 귀염둥이고 베스트프렌드이다.. 가장 친한 친구이지만 음악인으로서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 숙제가 있는 팀이다"라고 말했다. 솔로 앨범에 대해서는 "자작곡 작업 등 개인 작업도 계속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수 루나는 '현재진행형'이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조이뉴스24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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