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얼마 전 '야생동물카페 금지법안'이 발의됐다는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이 법 개정안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영리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요.
흔히 알려진 '라쿤 카페'가 야생동물카페의 대표격이다보니 관련단체에서는 '라쿤카페 금지법'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동물 체험이나 전시프로그램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동물복지의 수준이 저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생각해볼 점도 있습니다.
올해 7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길을 가다가, 부모에게서 버려진 아기 라쿤(아메리카너구리)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돌봐주는 일이 있었는데요.
그리고 얼마 뒤, 이 여성과 여성의 집을 방문했던 20여명의 방문자 모두 보건환경부서 (Weld County Department of Public Health and Environment)로부터 광견병 노출에 대한 예방적 치료를 받으라는 통지를 받게 됩니다.
어린 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은 이렇습니다. 얼마 정도 라쿤이 성장하자, 이 여성은 인근의 동물보호소에 연락해 라쿤을 보호해줄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요.
동물보호소측은 라쿤을 수용할 수는 없었지만 건강상태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 광견병에 대해 양성 반응이 나왔고, 보건당국에서는 추가적인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이 라쿤과 접촉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해 예방적인 치료를 진행한 것입니다.
사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
이처럼 라쿤 및 너구리속 동물들은 우리에게 귀엽고 친숙하게 다가오지만, 광견병과 같은 여러 인수공통전염병의 흔한 숙주이기도 합니다.
광견병은 이름과는 달리 모든 온혈동물에 감염될 수 있고, 1993년 국내 연구결과 역시 76건의 너구리 감염사례를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현재는 백신지대의 형성과 미끼백신 살포 등 성공적인 국가방역사업을 통해, 2014년 이후 국내에서 사람은 물론 동물도 광견병 발생이 보고되진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라쿤카페에서 지내는 동물들은 대부분 미주 등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검역 과정에서 전수 정밀검사보다는 육안검사를 거치고 있다는 점에서, 라쿤카페의 증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중보건학적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동물복지와 공중보건학적 측면 모두, 야생동물카페에 가시기 전 한 번 쯤 생각해 볼 만한 사안입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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