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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타워에 코끼리가?!..고양이의 기막힌 변신술

[노트펫] 캣타워에 코끼리가 올라갔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아무리 작은 새끼 코끼리라도 캣타워가 지탱할 무게는 아닐 터,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제보 영상을 확인했다.

 

"간식주세요, 뿌우~"

 

그런데 제보 영상을 틀자 나타난 건 진짜 '코끼리'였다. 역광 탓인지 어두워서 눈과 입은 보이지 않았지만, 커다란 귀와 좌우로 흔들거리는 코는 영락없는 코끼리 형태를 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모습에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마침 카메라가 코끼리 정면에서 측면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코끼리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사실 코끼리가 아닌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뒷모습이 마치 코끼리를 연상케 한 것.

 

 

영상 속 고양이는 지난 2월 태어난 캣초딩 루미, 훈정 씨의 반려묘다.

 

루미는 평소 '코끼리 자세'로 자주 앉는다. 늘 낮은 곳에 앉아있어 내려다볼 때는 몰랐는데, 훈정 씨가 캣타워를 구매하면서 루미의 완벽한 코끼리 자세가 드러났다.

 

훈정 씨와 첫만남을 가졌을 당시 루미.

 

혼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처음인 훈정 씨는 키우기 쉽다고 알려진 스코티시 폴드를 찾다가 루미와 연이 닿았다. 루미가 태어난 지 2주째 되던 날 브리더의 집을 방문했고, 그 자리에서 루미를 입양하기로 약속했다.

 

훈정 씨는 4남매 중 유일한 고등어 태비인 루미가 너무 예뻐 첫눈에 반했다. 남매 중 유일하게 하악질을 하던 녀석임에도 생후 2개월이 되자마자 데려오게 된 이유다.

 

"엄마야, 무슨 일 있냥?" 무슨 고민이든 다 들어줄 것만 같은 루미의 눈빛.

 

루미는 훈정 씨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경계하고 피하는 성격이다. 낯선 사람이 방문하면 숨는 건 기본이고, 흔히 고양이 애교를 논할 때 쓰이는 기준인 꾹꾹이나 무릎냥 같은 건 기대조차 못 한다. 훈정 씨는 "나(본인)와도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두는 시크한 녀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립성이 강할 뿐 훈정 씨와 교감하지 않는 건 아니다. 매일 아침 훈정 씨 머리맡에서 골골대며 밥을 요구하거나, 외출 후 귀가하는 훈정 씨를 맞이할 때는 배를 뒤집는 의외의 면도 보인다.

 

게다가 루미가 먼저 다가가지는 않지만 훈정 씨가 껴안고 물고 빠는 건 굳이 막지 않는다. 손톱을 깎일 때나 양치, 목욕을 시킬 때도 발톱 한 번 세운 적 없는 착한 녀석이다.

 

 

훈정 씨는 루미에게 크게 감동한 기억이 있다며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머나먼 타지 태국 방콕에 혼자 사는 훈정 씨는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말 못할 힘든 일을 겪었다. 세상이 나를 버린 것만 같던 그 날 밤, 훈정 씨는 루미로부터 뜻하지 않게 큰 위로를 받았다.

 

평소 밤에는 언제나 '마이웨이'를 주장하던 루미가 훈정 씨의 마음을 어떻게 읽었는지 머리맡에 올라와 한 시간이 넘도록 골골송을 부르며 위로했다.

 

훈정 씨는 "마음의 위안을 얻는 동시에 루미에 대한 책임감으로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며 "이 녀석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내가 힘을 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루미는 시중에 파는 장난감에 흥미를 갖지 않아 훈정 씨가 수작업으로 장난감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루미 덕분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힘든 일을 이겨낸 훈정 씨는 아이러니하게도 루미 때문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어느날 소파에 앉아있는 훈정 씨 허벅지에 루미가 30여 초를 앉았다 갔는데, 이 행동이 너무나 감동이어서 행복의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그간 훈정 씨가 타향살이에 얼마나 외롭고 지쳤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루미는 훈정 씨가 귀가할 때면 이렇게 배를 보이며 반긴다.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훈정 씨와 루미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사뭇 기대된다.

장우호 기자 juho120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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