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미국의 건설현장을 지나가다 보면 야생 고양이의 얼굴이 그려진 소형 건설 장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림 속 야생 고양이를 자세히 보면 미국의 대표 스라소니인 밥캣(Bobcat)임을 알 수 있다. 밥캣은 붉은스라소니의 별칭으로 스라소니속에 속하는 4종류의 스라소니 중에서 가장 체격이 작다.
그런데 그 소형 건설 장비들을 만드는 회사는 한국 기업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미국에서 시작한 기업을 한국 기업이 인수하여 이제는 한국 기업이 된 것이다. 2007년 7월 두산인프라코어는 미국 건설장비회사인 잉거솔랜드로부터 밥캣을 인수하여 지금은 두산밥캣(Doosan Bobcat)이라는 형태로 회사를 운영 중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7년 밥캣을 인수했다. 사진: 밥캣 홈페이지 |
기업의 국제적 인수합병은 개인적으로 전혀 무관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기업을 인수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타지에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지난 봄 미국 지인에게 한국 회사가 몇 년 전에 밥캣을 인수하여 밥캣은 이제 미국 회사가 아닌 한국 회사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미국인은 여전히 밥캣이 미국 회사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밥캣이라는 이름은 사전적으로는 ‘꼬리 짧은 고양이’를 의미한다. 어원은 밥 테일(bob tail)에서 시작된다. 밥 테일은 ‘짧게 자른 꼬리’나 ‘짧은 꼬리’를 의미하는데, 가축 중에서 선천적으로 꼬리가 짧거나, 후천적으로 꼬리를 짧게 잘랐을 경우 종종 밥 테일이라고 한다.
개의 경우, 영국의 목양견인 올드 잉글리시 십 도그(Old English Sheepdog)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품종은 선천적으로 꼬리가 짧은 경우가 아닌 후천적으로 짧게 잘라주는 경우에 해당된다.
고양이 품종 중에는 선천적으로 꼬리가 짧아서 품종 이름에 밥 테일이 붙는 경우들이 있다. 짧은 꼬리와 함께 마치 스라소니와 비슷한 귀의 장식 털을 가진 아메리칸 밥 테일(American bobtail)과 천 여 년 전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고양이들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재패니즈 밥 테일(Japanese bobtail)이 대표적이다.
2018년 3월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동물원에서 만난 밥캣 |
그런데 미국에는 밥캣 이외에도 다른 스라소니도 있다.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캐나다의 이름을 딴 캐나다 스라소니(Canadian lynx)들이다. 캐나다 스라소니의 주요 서식지는 당연히 캐나다지만, 메인(Maine), 아이다호(Idaho), 미네소타(Minnesota)같이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는 미국의 접경 주들에서도 일부 서식한다.
토끼를 쫓고 있는 캐나다 스라소니. 이 스라소니도 밥캣처럼 꼬리가 매우 짧다. 2018년 3월 워싱턴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촬영 |
사람이 국경을 넘어 외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여권을 지참해야 한다. 하지만 여권은 사람에게만 유효한 신분증이다. 하지만 야생동물에게 여권은 없어도 그만인 존재다. 그들에게 국경선은 아무런 제약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나다 스라소니와 밥캣은 미국-캐나다 접경에서 수시로 국경선을 건너며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두 스라소니들은 야생에서 종종 후손(Canada lynx-Bobcat hybrid)을 남기기도 한다. 이런 잡종 동물의 탄생은 코요테와 회색늑대 사이에서 태어나는 잡종 동물인 코이울프(Coywolf)를 연상케 한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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