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면체 모양의 똥을 누는 동물이 있다

웜뱃은 왜 정육면체 모양의 똥을 눌까?

내셔널지오그래픽(참고 1)

[양병찬 과학번역가] 동물의 똥은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 가장 작은 무척추동물의 경우에는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크기의 똥을 누며, 아프리카코끼리의 경우에는 가장 큰 똥을 매일 50kg 이상이나 눈다.

형태도 다양해서, 개는 튜브형, 토끼는 펠릿형, 소는 '철퍼덕' 형의 똥을 눈다.

그러나 웜뱃은 동물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왜냐하면 정육면체 모양의 똥을 누는 데다, 하룻밤 사이에 무려 80~100개쯤 눌 정도로 대용량이기 때문이다.

웜뱃

웜뱃(참고 2)은 코알라의 대형 친척으로, 호주가 원산지다. 그들은 단독으로 생활하고 야행성이며, 낮에는 지하의 동굴 속에 숨어 살다가 밤이 되면 밖으로 나와 풀과 기타 식물을 먹는다.

그들은 잠도 많아, 하루 평균 16시간씩 수면을 취한다. 야행성이다 보니 시력이 매우 나빠, 후각을 이용하여 길을 찾고 먹이도 발견한다.

그런데, 웜뱃은 똥을 어디에 쓰나?

모든 생물이 똥을 누며, 각각의 종(種)들은 똥을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한다. 이를테면 종자산포(seed dispersal) 메커니즘이나 쇠똥구리 등의 식량원으로 활용된다.

똥은 생산한 개체의 신원과 식생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상이한 질감·크기·형태·냄새가 모두 똥을 생산하는 종의 신원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정보는 찾기 힘든 동물(예컨대, 수달(참고 3)은 독특한 생선 냄새 나는 배설물을 생산한다)을 조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또 똥이 생산된 때가 언제인지를 추정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심지어 공룡도 분석(참고 4)이라고 불리는 화석화된 똥을 남겼다.

그러나 똥은 냄새가 지독하므로, 개체가 자신의 존재를 다른 개체에게 알리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그런 게 왜 필요하냐고? 동물계에서는 경쟁과 다툼이 원래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그게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회피하는 게 상책이다.

갈등을 회피하는 방법 중 하나는, 향기(예: 똥)으로 자신의 영토를 표시하는 것이다. 똥은 임자의 신원과 거주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럼, 웜뱃은 왜 하필 정육면체 모양의 똥을 누나?

웜뱃의 똥이 정육면제 모양인 것은, 그가 정육면체 모양의 항문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소화 과정이 매우 길고 느리기 때문이다.

즉, 웜뱃이 먹이를 소화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전형적으로 14-18일이어서, 소화관 속의 물질이 극도로 건조하고 단단해진다.

대장(大腸)의 첫 번째 부분에는 수평적 능선(horizontal ridge)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똥을 정육면체 모양으로 주조(鑄造)하는 것으로 보인다.

Animal Wire 'WOMBATS POO SQUARES!' 캡처.

반면에 맨 마지막 부분은 비교적 부드러워서, 정육면체 모양을 유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똥이 매우 단단하다는 것은, 직장(直腸)이 똥을 '통상적인 튜브형(참고 5)'으로 변형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웜뱃은 야행성이고 시력이 나쁘지만 후각이 매우 예민하다. 따라서 똥의 주된 용도는 '영토에 표시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웜뱃의 똥은 '누가 어디에 살고, 혹시 인근에 불청객이 있는 건 아닌지(그렇다면 충돌을 피해야 할 것이다)'지를 알려주는 데 사용된다. 또한 똥은 '번식의 성공률'을 향상시키는 데도 사용된다.

요컨대, 웜뱃이 배설하는 정육면체 모양의 똥은 '식생활'과 '오랜 소화과정'의 합작품이다.

그리고, 정육면체 모양의 똥은 바위 위에 놓이기 쉬운 데다 멀리 굴러가 버리지 않으므로, 뭔가를 비교적 오랫동안 표시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