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북미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은 곰은 지상 최강의 포식자이면서 한우 정도 되는 덩치를 자랑하는 그리즐리나 북극곰이 아닌 북미 흑곰(American Black Bear)이다.
미드 웨스트(Mid west)의 시작 지점에 있는 세인트루이스동물원(St. Louis Zoo)의 자료를 보면, 유럽계 이주민들이 유입되기 전에는 흑곰들이 북미 대륙에 2백만 마리 정도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인구 폭증으로 인해 흑곰들은 수만 년 동안 살아온 서식지 상당 부분을 잃게 된다.
또한 총과 사냥개로 무장한 전문적인 사냥꾼들의 등장도 흑곰들의 개체수를 크게 줄이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지만 생명력이 강한 흑곰은 여전히 40만 마리 정도의 개체수를 유지하면서 북미 대륙에 서식하고 있다.
마치 사람처럼 편하게 앉아있는 흑곰. 2018년 3월 오마하동물원에서 촬영 |
흑곰의 이름에는 ‘검다’는 뜻을 가진 블랙(black)이 있다. 하지만 결코 그 단어에 속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은 흑곰들도 있기 때문이다. 검지 않은 흑곰들은 흰색이나 옅은 시나몬 계열의 색상을 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흑곰들의 거주 지역에 따라 다소의 편차가 있다.
시카고에 있는 필드박물관(The Field Museum)의 자료를 보면, 미국 동부나 중부의 흑곰보다는 태평양 연안이나 그 도서 지역에서 서식하는 흑곰들에게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된다고 한다.
심지어 그곳의 흑곰들 중에는 형제들(sibling) 사이에서도 색상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먼저 태어난 곰은 까만색인 반면, 나중에 태어난 곰은 흰색일 수도 있다.
필드박물관에 전시 된 하얀 흑곰 박제. 박물관측의 자료에는 이 곰의 색상을 시나몬(cinnamon) 이라고 한다. 2017년 7월 촬영 |
하얀 흑곰의 비율은 조사 장소나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북미 태평양 연안의 흑곰들 중에서 대략 10~20%를 차지한다고 한다.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다.
색깔이 있는 동물에게서 하얀 색깔의 개체가 나올 경우, 흔히 멜라닌 색소 결핍으로 인해 피부나 털이 하얗게 되는 알비노(albino)라고 추측하기 쉽다. 하지만 하얀 흑곰은 알비노는 아니다. 열성유전자의 결합으로 보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피부가 취약하고 천적이나 먹잇감에 쉽게 노출되는 알비노들은 야생에서 생존에 여러 가지 불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알비노가 아닌 하얀 흑곰은 그런 문제점이 거의 없는 편이다.
흑곰을 포함한 곰들은 겨울잠을 자기 전에 최대한 자신의 몸을 불려야 한다. 체중을 불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영양가가 풍부하고, 칼로리도 높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다. 대표적인 음식이 연어다.
그런데 연어의 눈은 흰색을 잘 보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하얀 흑곰은 다른 곰보다 오히려 연어 사냥에 유리하다고 보는 학자들도 일부 있다. 이 정도 같으면 하얀 흑곰의 햐얀 털은 생존에 불리한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백호(白虎). 백호도 하얀 흑곰과 마찬가지로 알비노가 아니다. 2018년 3월 오마하동물원에서 촬영 |
하얀 털을 가진 흑곰은 오래 전부터 특이한 존재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래서 일부 네이티브 아메리칸(Native American)들은 이러한 곰들을 영험한 기운이 있는 존재 즉 ‘숲의 정령’으로 보기도 하였다.
일부 부족들은 이러한 흑곰들을 숭배하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하얀 흑곰을 영어로 ‘스피릿 베어’(Spirit Bear)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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