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서는 '냥이모으기'(ねこあつめ)라는 스마트폰용 게임 앱이 대단한 인기다. 마당 안으로 놀러온 냥이들을 냥이수첩에 모으는 단순한 게임이다.
배경은 일본의 전형적인 주택 마당. 게임방법은 아주 간단해 사료나 간식, 장난감 등을 구입해 여기저기 놓아두는 게 전부다. 그래픽조차도 엉성해 보인다. 만 3살이면 할 수 있다. 정말 느슨해 보이는 게임이다.
조금 지루할 듯도 한데 한 번 빠지면 냥이집사노릇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뒤 올 2월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가속도가 붙더니 이달초 500만 다운로드도 돌파했다. 구글플레이에 가보면 우리나라 게이머들 역시 이 게임에 서서히 중독돼 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외에서도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트위터로 '#nekoatsume'를 검색하면 세계 각 곳의 언어로 귀여운 냥이캐릭터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7월 들어 미국 CNN에선 '세계의 인기앱'이란 내용으로 특집까지 내보냈다.
인기 비결은 뭘까. 게임 속 냥이들이 현실세계의 냥이와 무척이나 닮아 있다. 유혹하기 위해 놓여진 장난감 등을 본 냥이들이 게임장에 순순히 입장할까? 절대 그렇지않다. 살아있는 냥이들처럼 자기가 오고 싶을 때만 슬그머니 온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슬슬 애가 타기도 해서 냥이들이 오지 않을 땐 일단 게임을 일시정지나 종료를 해 두기도 한다. 그런데 잠시후 다시 게임에 들어와 보면 어느새 귀여운 냥이들이 마당에 놀러와 놓아둔 먹이를 먹고 있는 것이다.
성격도, 하는 짓도 저마다 개성있는 20마리 이상의 냥이들. 더 많이 오게하고 싶으면 큰 마음 먹고 비싼 캣타워라도 구입해 마당에 놔두면 된다. 인앱 결제방식이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안해도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즉, 아이템을 사기 위해 현질(현금결제)를 미친듯이 하지 않아도 된다.
냥이들이 잘 놀다갔다는 보답으로 멸치를 두고가는데 이 멸치들을 부지런히 모아 또 장난감 등으로 바꾸면 된다. 냥이들이 노는 것을 보고만 있어도 된다. 냥이들은 장난감으로 마치 실제 냥이들처럼 논다. 종이상자에 들어가거나 비닐을 뒤집어쓰거나 털실을 안고 뒹굴거린다. 냥이들 이름도 맘대로 지어줄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냥이 키우는 이들은 게임속이지만 '냥이와의 동거인적 유대감과 거리감이 잘 표현돼 있어서가 아닐까'라고 그 이유를 말한다.
냥이들이란 집사보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위치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동물이다. 집사가 부른다 해도 곧장 오지않는다. 게임속 냥이들도 보고 싶어해도 한참 지난 뒤 자기하고픈 대로 마음대로 나타났다 놀고간다.
동거인끼린 서툰 간섭이라도 했다간 사이가 틀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겉으론 무관심인 척 내버려두지만 서로의 속마음은 다 안다. 게임에서도 무리한 설정은 하나도 없다.
이런 미묘한 거리감이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끼는 듯 하다. 아무리 스마트폰 게임이라도 알듯 모를 듯한 자투리 철학 쯤은 반드시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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