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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헬스' 개들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

멜라민 파동·가습기 살균제·커피찌꺼기 비료

사례로 본 원헬스(One Health) 관리 중요성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를 계기로 원헬스(One Health)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인수공통질병이 많은 만큼, 질병관리는 사람과 동물에게 공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메르스는 집안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가 매개였다는 보고 사례가 없어 원헬스의 개념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개나 고양이가 먼저 죽음에 이른 뒤 사람들도 목숨을 잃은 사례가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수의업계에서 회자되는 3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이 사례들은 최근 10년간 있었던 일들이다.


◇멜라민 파동


2008년 중국에서 멜라민 파동이 발생했다. 그해 9월22일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멜라민(melamine)이 포함된 제품들로 인해 신장결석이나 신부전증 환자가 5만3000명이 발생했고, 이 중 1만2800명은 입원치료를 받았고, 유아 4명이 사망했다.

 

세계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산 제품이 어느 나라에나 수출되던 상황이었으므로 전세계적으로 식품안전에 비상이 걸렸고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의 계기가 됐다. 멜라민은 비료나 수지원료 등에 사용하는 화학물질로서 사람이 섭취하면 신장결석이나 신장염을 유발한다. 특히 악덕 업자들이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분유나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에 첨가한 것이 문제됐다.

 

그런데 중국에서 멜라민 파동이 있기 이전, 이미 수의업계에서 멜라민의 위험성이 경고됐다. 몇 해 전 갑자기 집에서 키우던 개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의문이 생긴 임상수의사 일부가 개들을 먹인 사료에 멜라민 성분이 포함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페디그리 제품에 멜라민이 포함돼 있었던 것.

 

이 일은 국내에서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사례가 없어 유야무야 넘어갔으나 얼마 뒤 중국에서 사단이 났다. 한 수의사는 "한국에서는 쉬쉬하고,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이미 중국이나 대만 등지에서 해당 사료를 먹은 개들이 죽음에 이르렀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 왔다"고 말했다. 동물용 사료에 멜라민을 먼저 쓴 뒤 유용성(?)을 알아본 업자들이 사람용 유제품에까지 손을 뻗쳤나가 벌어진 사건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2011년 4월께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던 산모들이 급성 폐 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사망 원인 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다. 4개월 가까이 지난 그해 8월말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산후조리를 사용했던 가습기 때문에 도리어 목숨을 잃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4년이 흘렀지만 사고 수습은 매듭되지 않아 피해자 유족들의 소송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처음에 산모들은 대부분 감기를 앓는줄만 알았다. 병원을 찾아 다녔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그러다 급성 호흡 곤란 상태에 빠지고, 결국 도리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망자가 나오기 전 가정집에서 키우던 개들이 갑자기 죽어 나갔다. 한 집에서 키우던 개 3마리가 한꺼번에 죽기도 했다. 당시 이 개들을 진료했던 수의사는 "한꺼번에 벌어진 일이고 보니 역학조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그러나 "어떤 조사를 해봐도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급기야 내린 결론은 중국식 간식. 이미 멜라민 파동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 국내에 다량 반입됐던 중국산 고기 간식이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미뤄 짐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확실치는 않아 더이상의 조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이 수의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본 뒤 머리가 멍했다"며 "그때 좀 더 치열하게 달려 들었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커피찌꺼기 비료

 

커피찌꺼기 비료 사건은 다행히 인명에 까지는 피해가 가지 않고 개들의 죽음에서 끝난 사건이다.

 

2007년 스타벅스코리아는 친환경정책의 일환으로 커피콩을 갈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비료를 고객들에게 나눠 줬다. 그런데 이런 선한 취지와는 다르게 엉뚱한 사고가 발생한다. 화분에 뿌린 친환경 사료는 얼핏 모양이 사료와 별반 차이가 없고 향도 좋아 가정견들을 유혹했다. 그런데 이 비료를 먹은 개들이 죽음에 이르는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여러 사례가 알려지면서 결국 밤 9시 메인 뉴스를 타게 됐고, 원인 조사 결과 비료 안에 들어 있던 피마자가 그런 사고들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마자씨 안에 들어 있던 리신 이라는 물질이 가공 과정에서 완전히 처리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 리신이라는 물질은 사람 역시 다량으로 흡입했을 경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회수에 들어갔고, 사망한 개의 보호자들과는 개별적으로 보상 절차를 밟아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개만 아픈게 아니냐고?

 

개는 길게는 1만년 넘게 인간과 같이 생활하면서 인간이 걸리는 질병 대부분에 걸린다. 사람도 개가 걸리는 질병의 대부분에 취약하다. 그런데 개는 체구가 작다보니 적은양의 독성물질에도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세균 등이 밀집해 있는 바닥 매우 가까운 곳에서 호흡을 한다. 이러니 위험물질이 있다면 더 빨리 더 적은양에 노출될 수 밖에 없어 사람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선행지표가 될 수 있다.

 

요새 암치료에 있어 자연적으로 암에 걸린 개가 활용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개의 1년은 사람에게는 길게는 7년의 시간에 해당한다. 개가 암에 걸렸다면 그만큼 암세포의 전이 과정이나 치료제의 유효성을 빨리 확인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인위적 조작이 아닌 일반적 환경에서 암에 걸린 개를 대상으로 한 시험의 효용성은 더 높다고 본다.


개가 아플때 웬만해서는 사람이 알아채기 힘들다. 하지만 일단 알아챘다면 치료에 나서는 것은 물론, 혹시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환경적 요인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는 권고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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