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닉의 반려견 스카퍼. |
[노트펫] 노숙자의 반려견이 숨진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고 12시간이나 지킨 덕분에 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경찰은 지난달 23일 수도 런던 남부 거리에서 숨진 53세 노숙자 닉을 발견했다. 닉에게 신분을 증명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이름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반려견 ‘스카퍼’가 죽은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고 12시간 내내 지킨 덕분에 경찰이 닉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은 스카퍼의 목줄을 보고, 노숙자와 그들의 반려견을 위한 자선단체 ‘거리의 개들(Dots)’에 연락했다. ‘거리의 개들’을 운영하는 미셸 클라크는 스카퍼의 등록번호로 개 약 400마리와 견주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5초 만에 견주가 닉이란 사실을 확인해줬다.
그리고 경찰은 닉의 소지품을 런던 중심부 스트랜드 가에서 찾아냈다. 2년째 단체를 운영해온 클라크는 개의 목줄로 견주 신원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클라크는 “내 생각에 극도로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가 그의 신원을 개의 목줄로 확인해야만 했다는 점”이라며 “스카퍼는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고 말 그대로 그의 곁에 앉아있었고, 12시간을 넘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스카퍼가 닉의 곁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경찰이 닉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한다. 아예 신원불명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클라크는 주인을 잃은 스카퍼를 위탁가정에 맡겼고, 나중에 고인의 어머니가 스카퍼를 맡기로 결심해서 닉의 어머니가 스카퍼를 입양했다. 그리고 단체는 기부금으로 닉의 장례식을 치렀다.
거리의 개들 소속 자원봉사자 30여 명은 매주 지하철역에서 이동사무소를 열고, 노숙자의 반려견들 10~30마리에게 수의사 진료, 사료, 목줄, 침구, 숙소 등을 제공해왔다.
클라크는 “노숙자들이 거리에서 개를 주웠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이들은 셋집에서 쫓겨나거나 관계가 깨져 거리로 쫓겨나기 이전부터 개를 키우고 있었고, 아무도 개를 버리지 않았다”며 “이 개들은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것이자 그들에게 전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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